“사형 원했건만”…6살 딸 앞에서 엄마 살해 스토킹범, 유족들 ‘오열’
“더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하냐”
유족들 검찰에 즉각 항소 요구
인천지법 형사 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18일 선고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1·남)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무방비 상태인 피해자를 잔혹하게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A씨는 당시 사형이 구형되자 “유가족의 크나큰 슬픔을 목숨으로나마 사죄드리고 싶다”며 재판부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자는 출근길에 갑작스럽게 공격받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는데 범행 당시 두려움과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모친 또한 범행을 막다가 손가락과 손목에 부상을 입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피해자의 딸도 엄마를 잃은 슬픔과 정신적 고통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추가기소한 보복살인 혐의도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스토킹 신고 때문에 살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스토킹 신고 이후 법원으로부터 잠정조치를 결정받고 흉기를 구입한 것은 분명하다”며 “관련 신고가 제한적으로나마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보복 목적으로 살해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 자녀가 범행 장면을 목격했다거나 피고인이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도 범행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형벌 가중 요소로 포함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처벌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다른 보복 범죄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영구 격리하기는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유족들은 “범죄피해자 가족을 지켜주지 못한 판결”이라며 앞서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에 항소를 요구했다.
앞서 유족들은 지난 12일 스토킹범에 대해 사형 선고를 호소했다.
자신을 스토킹 살해 피해자의 사촌 언니라고 밝힌 B씨는 이날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스토킹에 시달리다 동생이 죽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B씨는 “제 동생은 출근길에 6살 딸과 엄마가 보는 앞에서 40cm에 가까운 회칼에 무참히 살해당했다”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고 검사님 또한 사형을 구형했지만 판사님의 결정에 의해 얼마든지 형량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가해자가 칼을 들고 동생을 위협하는 순간, 지켜보고 있는 어린 딸과 엄마를 지키기 위해 ‘미안하다’, ‘살려달라’ 말했지만, 가해자는 동생을 끝내 회칼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동생이 죽는 순간 가장 걱정했던 건 자신이 죽은 뒤의 딸과 엄마였을 것”이라며 “죽어가던 동생이 바라던 엄마와 어린 조카의 안전을 위해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당시 범행 장면을 목격한CB씨의 6살 딸은 정신적 충격으로 심리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C(37·여)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5시 54분께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인 가해자 A(31·남)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 과정에서 범행을 말리던 C씨의 어머니도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양손을 다쳤다. A씨는 미리 흉기를 준비한 뒤 C씨 집에 찾아가 주변에서 기다렸고, 마침 출근하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이미 C씨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인천지법으로부터 받은 상태였다. C씨는 A씨가 통보 이후에도 계속 주변을 맴돌며 연락하자 지난해 6월 2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스토킹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같은 달 9일 다시 C씨 집 주변을 배회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받고 4시간 만에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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