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의 잔심을 아시나요?[이제학의 힐링카페]
“관 뚜껑 닫기 전엔 인생은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검도의 잔심에 어울리는 말이다. 검도 하면 절도와 절제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울러 용의주도라는 말도 따라온다. 검도에는 잔심(殘心)이란 말이 있다. 상대를 공격하여 유효타가 되었더라도 방심하지 않고 재차 공격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태도 및 정신 자세를 말한다. 경기 때 잔심이 없으면 유효타의 인정이 취소될 수 있다.
잔심(殘心)! 이는 불교에서 기원된 용어로 통상 검도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다. 잔(殘)은 ‘해칠 잔’으로 ‘해치다, 죽이다, 무너뜨리다’의 의미다. 적을 쳐서 무너뜨리려는 마음, 즉 죽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진검승부에서 최종적인 상황이 마무리되는 끝까지 무사가 유지해야 하는 몸과 마음의 대비태세를 말한다.
시합장에서 심판이 판정을 내리기도 전에 혼자서 이겼다고 방심하다가 상대방으로부터 어이없이 일격을 당해 다 이긴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격하기 전에는 긴장하고 있다가 공격 후에 이겼다고 방심한다면 잔심이 없는 것이다.
살면서 우리를 위협하는 문제와 유혹을 피해 갈 때도 있지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것에 넘어지는 경우도 꽤 있다. 아무리 높고 튼튼한 제방도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진다.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안락함에 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훗날 우리에게 어떤 위험이 닥쳐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 늘 겸손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잘 나갈 때 주위에 베풀어서 덕을 쌓는 것도 좋은 투자다. 인생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매사 마음을 다잡고 긴장하며 집중해야 한다.
본래 마음이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이다. 마음은 우물의 물과 같아서 쓸 만큼은 늘 퍼내도 줄지 않으며, 그대로 두어도 넘치는 법이 없다. 그러나 좋은 우물도 오래 쓰지 않으면 물이 변해 먹을 수 없으며, 시도 때도 없이 함부로 퍼내면 마르게 된다. 잔심이란 바로 이러한 자연의 조화처럼 한결같이 대처하려는 마음가짐이다.
해결되지 않은 어떤 문제가 문득문득 떠오른다. 이는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끊임없이 머릿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버리지만 않으면 언젠가 어떠한 계기를 만나서 그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게 된다. 평상시에 머릿속에 간간이 넣어두면 의문이 어느 순간 확 풀리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잔심에 남겨진 의지의 힘이다.
일본의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는 곳으로 유명한 마쓰시타 정경숙의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질문과 답이 오고가는 면접 시간이 아니다. 면접이 끝나고 앉았던 자리를 정리하고 정중히 인사한 뒤, 심사위원들에게 밝은 이미지를 남긴 채 문을 닫고 조용히 사라지는 동안의 모습이 더 중요한 순간이라고 한다.
실제 면접관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면접을 마치고 나가는 면접생 사이에 많은 차이가 난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앉았던 의자도 집어넣지 않고 인사도 없이 문을 꽝 닫고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손하고 절도 있는 태도로 끝마무리를 맵시 있게 잘하는 사람도 있다. 면접 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도 이런 태도의 차이는 분명히 기억되고 평가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는 말이 있다. 이는 흔히 생각하듯 아무렇게나 해도 끝만 좋으면 된다는 뜻이 아니다. 좋은 마음과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개인생활이나 기업 활동, 국가 경영도 잔심을 잘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일상생활에서도 잔심을 잘 살려보면 어떨까싶다. 문은 조용히 끝까지 닫는다. 컵이나 찻잔, 식기는 살며시 내려놓는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신발로 바닥을 끌지 않고 조용히 걷는다. 불필요한 소리는 내지 않는다. 차를 마시면서 차분하게 마음을 정돈한다. 소리가 그치거나 거의 사라진 뒤에도 아직 남아 있는 여음(餘音)에 귀를 기울인다.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떤가요?
<사단법인 힐링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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