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둘 기회가 사라졌다”[금요일의 문장]

임지선 기자 2024. 1. 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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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둬서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회사를 그만둘 기회가 사라졌다. 아끼고 아끼던 강력하고 희귀한 아이템을 기어코 써버린 기분. 프리랜서가 되며 잃은 수많은 것 중 4대 보험과 더불어 압도적으로 아쉬운 항목이다.” <퉤퉤퉤>(책사람집) 중

<퉤퉤퉤>는 일본어 번역가이자 각본가인 황국영의 일과 삶에 관한 에세이다. “억지로 회사를 다닌다고 생각하면 마치 자유의지를 빼앗긴 노동자처럼 느껴지는데, 언제든지 원할 때 사표를 낼 수 있지만 그냥 조금 더 다녀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치 상황의 주도권이 내 손안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며 버텨온 직장생활. 그는 퇴근길 버스에 기대 울고 있는 자신을 창문 속에서 마주한다. 빵집 프랜차이즈의 아르바이트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그는 조각조각 이어오던 회사생활을 그만둔다. 빵집에서 일하는 게 “지금보다 행복할 것 같아서”였다.

책은 작가가 회사라는 시스템에서 멀어지며 든 생각들, 혼자 울더라도 뚜벅뚜벅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담담히 담아낸다. 안방에서 거실까지 고작 ‘세 걸음’이 출근길이지만 ‘의식’이 있다. “침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곧바로 잠옷에서 빠져나오기. 내 하루의 첫번째 미션이다.” 회사생활이든, 회사를 벗어난 생활이든, 어디서든 인생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작가와 함께 ‘퉤퉤퉤’ 하고 다시 일어서보자.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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