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키움 스캠서 못 본다 '히어로즈 출신 메이저리거로는 처음'... 2월 16일 SF 캠프로 바로 합류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8일(한국시간) 3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 소집 일정을 공개했다.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는 2월 16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투수-포수조 첫 훈련을 시작하고, 2월 21일 야수 조가 포함된 풀 스쿼드 훈련을 예고했다.
현재 한국에서 개인 훈련 중인 이정후는 1월 말에서 2월 초에 미국으로 출국한다. 개인 훈련 후 2월 16일 투수-포수조 첫 훈련 때 샌프란시스코에 합류할 예정이다. 야수의 합류 시점은 전적으로 선수의 선택으로 가능해 이정후는 빠른 현지 적응을 위해 5일 일찍 합류하기로 했다.
아쉽게도 키움 스프링캠프에서는 이정후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한국에서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리코스포츠 에이전시와 이정후의 KBO 시절 소속팀 키움은 18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정후는 키움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가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주된 이유는 현재 키움이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솔트리버 앳 토킹스틱 구장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함께 쓰는 곳인 탓이다. 이정후도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애리조나와 함께 시설을 쓰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으나,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인 탓에 자연스레 이용이 어렵게 됐다. 키움 선수단은 1월 29일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해 현지 적응 후 2월 1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강정호(37·은퇴), 박병호(38·KT 위즈),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히어로즈 출신 선배 메이저리거들과 어쩔 수 없이 달라진 행보다. 세 사람은 그동안 키움의 스프링캠프지가 메이저리그 소속팀 스프링캠프 장소와 달랐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캠프가 시작되는 2월 중순까지 키움 선수단과 함께 훈련할 수 있었다.
히어로즈 1호 메이저리거인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했던 2015년 당시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열린 넥센(현 키움) 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들었다. 이후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 꾸려진 피츠버그 메이저리그 캠프로 향했다. '2호' 박병호도 2016년 미네소타 트윈스 진출 당시 애리조나의 넥센 캠프에서 훈련을 하다가 플로리다의 미네소타 캠프에 합류했다.
김하성은 조금 더 친숙한 환경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했다. 그가 샌디에이고에 입단했던 2021년은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탓에 미국에서 개인 훈련이 여의치 않았다. 당시 KBO리그 10개 구단은 국내에 스프링캠프를 차렸고, 김하성은 돔구장으로 인해 가장 따뜻하고 환경이 괜찮았던 키움에서 몸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정후의 키움 스프링캠프 합류가 불발되면서 지난해 10월 삼성 라이온즈와 마지막 홈 경기가 그들이 함께하는 마지막 장면이 됐다. 이정후는 키움이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광주서석초-휘문중-휘문고를 졸업한 그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에 입단해 데뷔 첫해부터 이름을 날렸다. 144경기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2홈런 47타점 111득점 12도루, 출루율 0.395 장타율 0.417로 아버지 이종범조차 하지 못한 KBO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매년 각종 타격 지표에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고 2022년에는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85득점 OPS 0.996으로 정규시즌 MVP를 차지해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3개월 일찍 시즌을 마감했으나, 통산 KBO리그 성적 884경기 타율 0.340(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OPS 0.898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79억 원)의 초대박 계약을 체결했다. 원소속팀 키움은 메이저리그 사관학교의 명성을 이어가면서 2023년 KBO 야구 규약에 따라 1882만 5000달러(약 246억 원)의 보상금도 챙겼다. 이는 2018년 현행 규약 개정 후 최고 금액이자, 류현진(37)이 2013년 LA 다저스 입단 당시 한화 이글스에 지불했던 2573만 7737달러(약 337억 원) 다음이다.
샌프란시스코 소속이 된 후에도 친정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이정후는 계약 체결 후 귀국 인터뷰에서 "(김)하성이 형이 지난해부터 잘해줘서 내가 그 덕을 봤다고 생각한다. 형이 이렇게 잘해놓은 걸 내가 망칠 순 없다. 나도 열심히 해서 한국 야구 선수들에 대한 인식을 계속해서 좋게 남기고 싶고, 그래야 많은 선수가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며 "(많은 보상금이) 키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지만, 선수들을 위해서 더 많이 써주고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키움 팬들에게도 애틋한 인사를 남긴 이정후다. 그는 "7년 동안 정말 감사했다. 미국에 가서도 시간 날 때마다 봤던 것이 마지막 홈경기(10월 10일 삼성전)였다.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을 때 팬분들이 보내주신 함성과 응원을 잊지 못할 것 같다. 히어로즈 선수처럼, 히어로즈 선수답게 미국에서 열심히 뛸 테니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한 바 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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