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뭇매 맞고 해외 도피한 박유천·최종훈···'성범죄자 복귀' 日반응은[SE★초점]
성범죄·마약 혐의 등으로 국내 연예계에서 추방된 가수들이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JYJ 출신 박유천과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이다. 두 사람은 각각 마약 투약·성범죄로 국내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은퇴 수순을 밟았지만, 해외에서는 은근슬쩍 재기를 꾀하고 있다. 이에 그들이 국내 대중에 보인 사과와 후회, 참회의 목소리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 국내 연예계서 방출된 아이돌, 해외서는 ‘열일’ =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은 마약 투약과 성폭행 송사, 체납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연예인이다.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그는 기자 회견을 열고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 마약을 했다면 연예계에서 은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마약류 관리에 의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유천은 같은 해 7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0만 원과 보호관찰 및 치료 명령을 받았다.
당시 소속사였던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도 계약을 해지하며 그는 은퇴 수순을 밟는 듯했으나, 구치소에서 나온 지 나흘 만인 2019년 7월 SNS를 개설하고 국내 팬클럽을 모집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당시 새 소속사였던 해브펀투게더가 '제 삼자와의 이중 계약'을 이유로 박유천의 국내 연예 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며 그의 한국 활동 길이 막히게 됐다.
그러자 박유천은 태국, 일본 등지로 활동 반경을 바꿨다. 이전부터 그의 활동에는 늘 '호화', '고액'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국내 활동도 병행하던 2019년 태국에서 진행한 팬미팅 티켓은 한화로 20만 원을 넘어갔다. 동방신기와 함께 20주년을 올해에는 오는 2월 9~10일 양일간 일본 LDH키친 더 도쿄 하네다에서 단독 팬미팅 '리버스(Re:birth)'를, 11일에는 일본 요코하마 더 카할라 호텔&리조트에서 연말 디너쇼를 2회 개최한다. 팬미팅 티켓 가격은 약 21만 원(2만3000엔), 디너쇼는 약 46만 원(5만 엔)으로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최종훈은 지난 2016년 가수 정준영과 함께 불법 촬영물이 오가는 단체 메신저 방에서 활동하며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0년 9월 대법원은 최종훈에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고, 그는 옥살이한 뒤 지난 2021년 11월 8일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에 그는 두문불출하며 연예계로부터 멀어지는 듯했다. 모친과 함께 교회를 다니며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는 근황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연예계 복귀 근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죄송하다", "저도 트라우마가 있어 카메라 앞에서 말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최종훈은 일본에서는 활동을 재개했다. 최종훈은 최근 일본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패니콘(Fanicon)에 자신의 채널을 입점시켰다. 패니콘은 2400팀 이상의 아티스트가 활동하고 있는 일본 최대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구독료는 한화 5000원가량.
최종훈은 안내문에서 "약 5년 만에 여러분께 인사드린다. 저는 여러분 한 명 한 명의 메시지에서 힘을 얻어 이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정말 감사하다"며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이나 사생활 등 저의 모든 걸 보여드리고 싶다. 여러분과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응원해 달라"고 밝혔다.
◇ 멤버도 손절한 성범죄자, 일본 팬들 반응은 = 한국에서 물의를 일으킨 일부 아이돌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꽤 흔하다. 일례로 YG엔터테인먼트 아이돌 그룹 아이콘 멤버였던 비아이(B.I)는 LSD 구매 및 투약 혐의로 2019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유죄 선고 두 달 만에 미국 아티스트 데스니티 로저스, 타일라 야웨 등과 함께 신곡을 발매하는 등 주로 해외 아티스트와 컬래버 활동을 이어갔다.
박유천 역시 해외에서는 여전히 팬들에게 환대 받는다. 2020년부터 태국, 일본 등지에서 공연해 온 그는 이번 일본 팬미팅에서도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박유천의 모 일본 팬 계정은 박유천의 팬미팅 개최 소식이 알려진 후 SNS에 화환 모금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 밖에도 SNS에 "지난해 9월 태국 이후 오랜만이다, 꼭 가고 싶다", "일본에서만 하는 게 아쉽다" 등 팬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보인다.
그러나 마약 범죄와 성범죄 '유죄' 판결은 그 무게가 다르다. 최종훈의 복귀를 환영하는 반응은 전무하다. SNS에서 최종훈의 복귀 기사를 접한 일본 누리꾼들은 "성범죄자가 일본에서 활동한다는 건가", "한국을 좋아하긴 하지만, 성범죄로 실형을 받은 한국인을 일본 연예계에 받아들이는 건 이상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연예계 성범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쟈니즈 사무소' 창립자 쟈니 키타가와 사건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현지 최대 연예 기획사 '쟈니즈 사무소의 창립자인 쟈니 키타가와가 소속사 연습생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사후 보도돼 일본을 넘어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왔다. 이에 일본 방송국 HNK는 피해자 배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쟈니즈 소속 가수에게 출연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일본 누리꾼은 "쟈니즈는 안 되는데 최종훈은 되는 건가", "현재 쟈니즈 소속 가수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일을 뺏겼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6년 당시에는 최종훈을 옹호하는 세력도 있었다. 일부 일본 팬들이 FT아일랜드 멤버 이홍기에게 "최종훈의 손을 놓지 말아 달라"고 댓글을 달았지만 이홍기가 "포기야"라고 댓글을 단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최종훈이 실형을 사는 2년 동안 일본 팬들도 손을 놓은 듯하다. 물론 현재에도 SNS에 팬 커뮤니티 가입을 인증하거나,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일부 존재한다. 그러나 최종훈이 '쟈니즈 사태'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강조되고 있는 일본 연예계에서 성범죄자의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활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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