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단순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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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이라는 택배 상자가 막 열렸다.
이태백은 산문인 '춘야연도리원서'에서 천지는 만물을 맞이하는 여관이고 시간은 끝없는 나그네라고 했듯이 삶에서 희망은 잠시 와서 머물렀다가 이내 떠나는 나그네와 같다.
스쳐 가는 삶이더라도 욕망의 유전자를 지닌 인간에게 만족은 없다.
자신을 돌이켜 삶의 양식을 단순화함은 희망의 다이어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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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이라는 택배 상자가 막 열렸다. 이태백은 산문인 '춘야연도리원서'에서 천지는 만물을 맞이하는 여관이고 시간은 끝없는 나그네라고 했듯이 삶에서 희망은 잠시 와서 머물렀다가 이내 떠나는 나그네와 같다. 스쳐 가는 삶이더라도 욕망의 유전자를 지닌 인간에게 만족은 없다. 충족하면 또 다른 것을 찾아 나선다. 제힘으로 걷고 먹는 자유를 누리는 기간이라야 80년도 채 되지 않는 인간이 욕심으로 포장된 갖가지 희망을 품는다. 정작 희망은 한 두어 개만 있으면 되지 싶다. 자신을 돌이켜 삶의 양식을 단순화함은 희망의 다이어트라 할 수 있다.
현대인에게 몸은 복잡한 욕망의 덩어리이다. 성형과 다이어트 같은 몸만들기 열풍이 그렇고 돈을 인생 목표로 세워 남과 비교하며 쫓아가는 삶이 그렇다. 몸은 늘 바쁘다. 이제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그릇을 잘 아낄 수 있게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다. 정리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을 버리는 행위이듯 마음에서 불필요하게 걸쳤던 액세서리를 벗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병철의 '피로사회'는 여전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질성과 타자성을 부정하는 면역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지만, 코로나 사태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보듯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성과지향 경쟁사회에서는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의 과잉에 빠져 자기 착취로 번아웃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은 늘어나고 마약이 범람한다고 진단한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우리 사회의 우울한 뒷모습이다. 책에서는 정신병증의 원인을 관조하는 힘의 부족에서 찾는다. 관조는 욕망이 일렁거리는 인생 궤도에서 한걸음 빠져나와 자기 삶을 응시하는 것이리라.
나무가 혹한의 겨울을 나기 위해 불필요한 잎을 쳐내고 새봄에 다시 생명의 싹을 틔우듯 행복의 싹을 틔우는 일도 그러할 테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분주함이 아닌 단순함 속에서 행복을 창조하고 키워가는 사람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가장 몰입한 순간을 찾아 '행복 지도'를 그려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김태열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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