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이슈] "일주일을 기다려요"…겨울 쪽방촌에 온기가 찾아왔다

한지은 2024. 1.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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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마다 한 번씩 와서 생필품 타 가는 게 얼마나 그런데요. 진짜로 기다려요. 일주일 동안."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온기창고'에서 만난 이복기(81)씨는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씨를 포함한 주민들은 온기창고에서 장바구니 무겁게 생필품을 챙겨 나왔는데요.

온기창고는 쪽방촌 주민이 생필품을 지원받는 특별한 상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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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생필품 후원 '온기창고'…줄 서기 방식 벗어나 주민 호응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일주일마다 한 번씩 와서 생필품 타 가는 게 얼마나 그런데요. 진짜로 기다려요. 일주일 동안."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온기창고'에서 만난 이복기(81)씨는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씨를 포함한 주민들은 온기창고에서 장바구니 무겁게 생필품을 챙겨 나왔는데요.

온기창고는 쪽방촌 주민이 생필품을 지원받는 특별한 상점입니다.

간편식품과 주전부리는 물론 추위를 달래줄 방한용품도 진열돼 있는데요.

모든 물품은 기업, 기관, 개인이 후원합니다.

매대에는 가격표 대신 포인트가 적혀있는데요.

주민들은 월 10만 포인트 한도 내에서 원하는 물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온기창고가 생기기 전 쪽방촌으로 들어오는 후원품은 보통 선착순 줄 서기로 배부됐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을 서서 생필품을 기다리는 주민들은 체력뿐만 아니라 자존감까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죠.

거동이 불편한 주민은 배분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기창고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원품을 진열해놓고 포인트제로 운영합니다.

전익형 서울역쪽방상담소 실장은 "'낙인 효과'를 줄이고 모든 사람이 골고루 물건을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고민한 끝에 만든 곳이 지금의 온기창고"라고 설명했습니다.

온기창고가 쪽방촌 주민을 이어주는 역할도 하는데요.

거동이 어려운 주민의 물품을 대신 받아 집까지 배달해주며 건강 상태도 확인하는 일종의 자원봉사입니다.

온기창고에서 참치통조림 4세트를 받은 주민 구재영(61)씨는 쪽방 4곳을 돌면서 "아무한테도 주지 마세요", "식사 챙기세요"라고 당부했는데요.

구씨는 "쪽방촌에서 산 지 7년 정도 됐다"면서 "온기창고가 생긴 후로 몸이 아픈 분들만 이렇게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품 분배도 주민이 함께합니다.

개점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주민들에게 물품을 빠르게 나눠줄 수 있도록 손을 거드는 겁니다.

온기창고는 지난해 8월 문을 열어 지금까지 1만3천명 이상이 이용했습니다.

하루 적게는 180명, 많게는 400명이 방문하면서 주민들의 소중한 나눔 장소로 자리 잡았죠.

지난해 11월에는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온기창고 2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온기창고에 들렀다 귀가하던 중 취재진을 만난 주민 최인숙(81)씨와 황춘화(73)씨는 "온기창고가 운영하는 날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생필품을 받으러 간다"면서 밝게 웃었는데요.

온기창고에 차곡차곡 쌓이는 따뜻함 덕분에 쪽방촌을 얼린 추위도 조금씩 녹아갑니다.

< 기획·구성: 한지은 | 촬영: 이동욱 | 편집·그래픽: 이다예 >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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