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다 된 막걸리, 마셔도 되나요"

김문수 기자 2024. 1. 1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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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소비기한 시대]③음식 '수명' 늘린 소비기한… 기한 임박 제품 변질 우려
소비기한 제도가 시행되면서 막걸리 등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래픽=임종철 일러스트레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1년 지난 라면도 괜찮다… '소비기한 시대' 바뀐 점은
②고물가 속 챙기는 완전식품, 달걀의 소비기한은
③"1년 다 된 막걸리, 마셔도 되나요"

새해 들어 유통기한 대신 '먹어도 되는 기간'을 표시하는 소비기한 제도가 시행되면서 막걸리 등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통기한은 식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보관 조건을 지켰을 때 먹어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기한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영업자가 식품별 특성에 적합한 소비기한을 설정할 수 있게끔 식품별로 소비기한 참고값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은 식품이 상하는 시점에서 60~70% 앞선 기간이, 소비기한은 80~90% 앞선 기간이 각각 기준이다. 예를 들어 막걸리의 품질 유지 기간이 10일이라면 유통기한은 6~7일, 소비기한은 8~9일이다. 지난해 1월 도입된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계도 기간 1년을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막걸리의 소비기한은 최대 2개월 정도 늘어났다.


생막걸리 90→160일… 살균막거리는 기존 대로 1년


유통기한 최대 3개월인 생막걸리의 소비기한이 5개월로 늘었다. 인포그래픽은 주요 발효식품 소비기한. /그래픽=김은옥 기자
식약처에 따르면 유통기한 30~90일의 탁주(5품목)는 소비기한 46~160일이다. 막걸리는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로 나뉘는데 효모를 비롯한 각종 균이 살아 발효가 진행되느냐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이번 소비기한 참고값에 포함된 제품은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있어 유통기한이 비교적 짧은 생막걸리다. 생막걸리는 기존 유통기한 최대 3개월에서 소비기한 5개월로 확대됐다.살균막걸리(6~12개월)에 비하면 여전히 짧지만 소비기한 적용으로 생막걸리를 먹을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발효식품의 유통기한은 길게는 반년이지만 소비기한은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치의 유통기한은 183일이지만 소비기한은 347일로 정해졌다. 발효 소시지는 유통기한 183일에서 소비기한 355일로 변경됐다. 이밖에 ▲가공식품 제조에 쓰이는 가공유 180일→360일 ▲발효유 29일→32일 ▲유크림 9~10일→10~13일 ▲자연치즈 14~60일→21~92일로 설정됐다.

라면 등 면을 기름에 튀긴 유탕면은 소비기한 참고값이 207~333일로 책정됐다. 1년 가까이 두고 먹어도 된다는 얘기다.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건면의 참고값은 249일이다.

과자의 유통기한은 30~183일인데 소비기한은 54~333일이다. 소비기한에 따라 빵류는 122일, 초콜릿 가공품은 291일이 지나기 전에 먹으면 된다. 커피도 유통기한은 45~90일이지만 소비기한은 69~149일이다.

이번에 공개된 식품 중 소비기한 참고값이 가장 긴 것은 냉동만두와 가공두유였다. 냉동만두와 만두피의 소비기한은 각각 533일, 529일이다. 가공두유 3개 품목의 소비기한은 366~554일이다.
냉동만두와 만두피의 소비기한은 각각 533일, 529일로 책정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소비기한 적용에 제품 관리 우려↑


식품업계에서는 올해 소비기한이 본격 시행되는 만큼 제도 정착까지는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4년 1월1일 이전에 제조·가공하거나 수입을 위해 선적한 제품은 유통기한 표시를 소비기한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유통기한 표시 제품은 해당 기간 만료까지 유통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년 동안은 소비기한 및 유통기한 표시 제품이 혼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제품 변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비기한이 식품 품질안전 한계 기간에 가깝게 설정된 만큼 보관 상태에 따라 제품이 변질될 수 있어서다.

막걸리 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길다 보니 먹거리 안전 문제를 기존보다 더 신경 써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운반이나 배송뿐만 아니라 보관 과정에서도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시 식품 사고가 발생할 경우엔 원인 제공자에게 책임이 따른다. 제조단계, 유통단계, 소비단계 각 단계별 원인 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사고의 원인 제공자가 책임을 지는 기존 유통기한과 동일하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품 변질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 제조사나 유통사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보니 소비기한 설정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식품 변질에 따른 책임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기한을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기한으로 완전히 바뀌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냉장 시스템이나 관리에 따라 제품이 변질될 우려도 나오는 만큼 소비자들은 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 게 안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문수 기자 ejw0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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