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불안한 OCI·한미약품 동맹… 순항 가능할까
[편집자주]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통합을 추진한다. 각 회사 사업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게 회사 설명인데 총수일가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총수일가 지분이 적은 OCI그룹, 한미약품그룹 모두 통합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다음 세대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도 부담이 적다. 통합을 앞둔 두 그룹의 상황을 짚어봤다.
①'한 지붕 두 가족' OCI·한미약품… 이우현·임주현 부담만 줄여
②큰 그림 차근차근… OCI·한미약품 통합, 상속세 절감 꼼수?
③출발부터 불안한 OCI·한미약품 동맹… 순항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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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우현 회장과 한미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양사는 향후 동반자로서 공동 경영을 통해 소재·에너지와 제약바이오라는 전문 분야에 각 집중하면서도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양사의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양 산업은 R&D·기술력·운용 능력뿐 아니라 업계 네트워크와 이를 가능케 하는 장기간의 업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지분 및 구조 변경 후 중장기에 걸친 변화가 요구될 것"이라며 "과거 국내 화학산업 내에서의 확장 케이스에서도 간혹 실패한 사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약업 CEO와의 공동 경영체제가 단기적으로 OCI홀딩스 기업가치 개선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단기간 이종 사업간 시너지 효과 및 이에 따른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지붕 두 가족' 체제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두 집안이 공동으로 사업을 영위하다가 후대에서 의견이 갈라져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거나 계열분리를 시도하는 사례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고려아연도 오랜기간 동업해온 장씨일가와 최씨일가 사이에 지분매입 경쟁이 벌어지며 계열분리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같은 핏줄 사이에서도 후대로 갈수록 경영에 대한 이견이 발생해 싸움으로 번지거나 그룹이 쪼개지기 일쑤"라며 "지금 당장은 OCI와 한미약품 오너 사이에 통합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맞아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이 같은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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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통합에 크게 반대하는 점이 변수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3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대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고 반발했다.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지난 17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지분취득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반발하고 있고 둘의 지분 합산 지분이 19.3% 달하는 만큼 경영권 분쟁 확산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다만 이번 지분취득 거래는 양사 모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뤄진 만큼 전면 무효화 등의 불발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미사이언스는 당분간 경영권분쟁 이슈로 인한 큰 폭의 주가 변동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 송영숙 회장 우호지분 유상증자 전 기준 30.0%, 임종윤 사장 우호지분은 26.9%로 추정돼 의결권 다툼 시 기타 특별관계자(6.1%)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 국민연금공당(7.38%) 등 5% 이상 보유자의 향방이 승패를 결정지을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 측은 현재 신동국 회장 등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우호세력을 모으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통합이 그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미약품 오너 형제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만큼 향후 양사의 공동경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꾸준히 우호지분을 확대, 주주제안 등을 통해 경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통합 이슈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앞으로의 경영 과정에서 끊임없이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OCI와 한미약품의 결합을 두고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번 거래를 주도한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양사의 통합이 궁극적으로는 높은 시너지를 창출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라데팡스파트너스 관계자는 "통합과 동반경영은 이종기업집단인 두 그룹이 각자 전문적인 영역에서 한층 강화된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고 나아가 안정적인 지배구조 하에 상호 보완 기능을 통해 유기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사회를 통한 공동 경영에 따라 자발적 오너십 포기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선진적인 기업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동반경영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새로운 지배구조의 전범이 될 것"이라며 "한국 내 취약한 지배구조를 가진 상당수의 기업집단이 참조할만한 모범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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