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여번 찔러 동거녀 살해…징역 17년에 불복, 맞항소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동거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남성이 1심 재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이 남성과 검찰이 서로 항소해 2심 재판이 열릴 전망이다.

19일 뉴스1에 따르면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A씨(28)의 판결에 불복, 전날(18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A씨가) 자신과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고,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으며 범행을 반성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더 중한 형의 선고를 구하기 위해서다"라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또 검찰은 A씨에게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1심에서 기각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대해서도 불복했다.

검찰 항소 이틀 전인 지난 16일, A씨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A씨 측은 그간 재판과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해왔으나 1심 판결에선 인정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7월24일 낮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소재 자신과 B씨(23)의 집에서 흉기로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정신지체냐'는 말을 듣고 격분, 흉기로 B씨를 190번 넘게 찌르는 수법으로 범행했다.

공소장에는 A씨는 사건 발생 몇 달 전부터 옆집과 층간소음 문제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B씨와 결혼을 앞두고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겪는 등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에서 이 같은 사건을 벌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씨는 범행 뒤 경찰에 신고하고 자해를 시도했고 이후 치료를 받고 수사를 거쳐 법정에 섰다.

검찰은 1심 재판에서 징역 25년을 구형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부과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그간 재판에서 A씨에 대한 정신감정 필요성을 주장하는가 하면 '일시적 정신 마비' 등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 제1형사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정신적 문제로 치료받은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사건을 벌인 뒤 경찰에 직접 신고한 점 △범행 당일 A씨가 B씨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그 근거로 내세웠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한 형량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고 범행도구 몰수를 명했다. 검찰이 요청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재범 개연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정황이 무겁고,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극도의 스트레스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