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문턱 낮춘다는데… 시장은 여전히 ‘잠잠’

박세준 2024. 1.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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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1·10 주택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눈에 띄는 시장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정부의 주택대책이 발표된 지난 10일 7만5839건에서 전날 7만6667건으로 1주일 새 1.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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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안 먹히는 1·10 주택대책
30년 된 아파트 안전진단 면제에도
거래 문의 거의 안늘고 효과 제한적
추가 분담금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정비법 개정안 국회 통과도 불확실
“추가적 정책대안 뒷받침돼야” 지적

정부가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1·10 주택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눈에 띄는 시장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구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여의도, 목동 등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가 올라가긴 했지만, 거래 문의는 늘지 않았다는 게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정부의 주택대책이 발표된 지난 10일 7만5839건에서 전날 7만6667건으로 1주일 새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기는 14만3347건에서 14만4966건, 인천은 3만3177건에서 3만3512건으로 각각 1.1%, 1.0%씩 아파트 매물이 늘었다. 정부 대책 발표가 아직 아파트 매매 수요에는 영향을 주지 않은 셈이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바라본 노원구와 도봉구 일대 아파트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2월 이사철을 앞둔 상황인데도 연말부터 매수 문의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재건축 규제가 풀린다는 소식에 급매로 올렸던 매도인이 호가를 올린 사례가 종종 있는데, 막상 사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82만6886가구 가운데 준공 30년을 초과한 단지는 50만2820가구(27.5%)로 나타났다. 정부 대책이 현실화하면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는 이미 재건축 절차에 돌입하는 데 문제가 없는 셈이다. 향후 5년 내에는 전국 아파트 중 37%에 해당하는 460만가구가 재건축 기본요건을 갖추게 된다.

재건축 문턱이 낮아지고, 대상이 되는 단지의 규모도 크지만 시장의 반응이 냉담한 것은 안전진단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려면,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비롯한 사업성 문제와 조합원 간 이견과 반목 등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1987년에 건설된 노원구 상계 주공5단지는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5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부터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는 전용면적 84㎡ 기준 추가 분담금으로 5억원가량을 제시했는데, 해당 단지의 시세와 맞먹는 수준이다. 조합은 지난해 11월 분담금과 공사 기간 등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시공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시공사가 반발하면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이 본격 추진된 이후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입주민 간 이견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진행된 조합장 선거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이의 제기가 이어지면서 최근 법원이 조합장에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시장의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추가적인 정책 대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구상은 안전진단 시기를 사업인가 전까지 유예하는 것이지 안전진단 규정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마저도 준공 30년을 기준으로 한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려면 정치권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해야 하는데,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언제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민동의율이 높아서 정비사업에 착수한 사업지도 막상 사업에 들어가면 주민 간 분쟁이 발생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각 단지별로 입지와 용적률 등에 따라 변수가 많아서 무작정 과한 기대를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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