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갈 길 멀다” 이유 있었다… 현대차 무상수리 절반이 SW 오류

박진우 기자 2024. 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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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오류가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또한 1년 내내 소프트웨어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 전환을 노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기술 경쟁력에 대해 여러 번 비판했다. 소프트웨어 관련 잦은 문제 발생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관련 조직을 재편하기로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가 진행한 105건의 무상수리 가운데 소프트웨어 관련은 50건(48.6%)으로 나타났다. 기아는 53건의 무상수리를 했는데, 19건(35.8%)이 소프트웨어 문제였다.

현대차·기아의 소프트웨어 오류는 대부분 신차와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SDV 전환 과정에서 새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 있는데, 신뢰성 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테스트를 반복하며 안정성을 높이는 기존의 기계 부품과 달리 소프트웨어는 개발에서 적용까지의 시간이 짧아 예기치 않은 문제가 나타나는 빈도도 잦다.

현대차 중 가장 많은 소프트웨어 오류가 나타난 차는 2022년 11월 출시한 그랜저다. 지난해 12건의 오류가 있었다. 이어 제네시스 GV60 7건, 전기차 아이오닉6 6건, 아이오닉5 4건 순이었다. GV70·GV80 전동화 모델도 각 4건을 기록했다. 기아는 스포티지 4건, 전기차 EV6·EV9·K5·니로·K8 등에서 각 3건의 소프트웨어 오류가 있었다.

현대차 그랜저. /현대차 제공

소프트웨어 오류 중에는 시트·트렁크·경고등 점등 등 비교적 간단한 문제도 있었고, 배터리 충전 불가·주행 중 정지·시동 꺼짐 등 안전과 밀접한 것들도 있었다.

잦은 오류는 현대차·기아의 SDV 전략에 흠집을 냈다. 그랜저의 경우 앞에 아무것도 없는 데도 센서가 오작동을 일으켜 긴급 정지하는 오류가 발생 ‘유령 보는 차’라는 오명을 얻었고, EV9도 뒷좌석에 아무도 타지 않았는데 후석승객알림이 울려 ‘유령 타는 차’라는 지적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오류는 기계적인 고장 또는 결함과 다르게 눈으로 볼 수 없어 초기 발견이 어렵다. 실제 문제가 발생해야만 알아차릴 수 있다. 또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여러 차종에서 공유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대상 범위가 넓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소프트웨어 오류가 발견된 쏘나타·아반떼·투싼·K8·K5·스포티지·니로 하이브리드의 경우 무상수리 대상 차량만 약 25만대 수준이었다. ICCU(통합충전제어장치) 소프트웨어 문제가 생긴 아이오닉5·아이오닉6·GV60·EV6 등도 약 14만대에 영향을 미쳤다.

EV9. /기아 제공

정 회장은 최근 SDV 전환의 어려움을 여러 차례 밝혔다. 정 회장은 그룹 신년회와 CES 2024에서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뒤처진 면이 있다”·”(소프트웨어) 경쟁력과 품질에서 모두 최고가 되어야 한다“·”우리가 (SDV 전환이) 좀 늦었다“·”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외에도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그룹 내 여러 주체가 소프트웨어를 각자 개발해 중구난방이다. 잦은 오류도 이런 개발 환경 탓으로 여겨진다. 정 회장은 난잡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 최근 관련 조직을 통합하는 조직 재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꼽히는 송창현 현대차 SDV본부장 사장의 영향력이 커졌다. 송 사장은 현대차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역할을 하는 포티투닷의 대표로, 재편 R&D(연구개발)본부의 머리 조직인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장에 올랐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사장. /현대차 제공

송 사장은 조직 재편 설명회에서 “기존 R&D 기능을 가진 조직이 개별적으로 선행 연구를 진행해 온 방식을 탈피하고, 전사적으로 미래차 개발을 일종의 플랫폼화해야 한다”라며 “현대차·기아 조직은 앞으로 원팀이 돼 다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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