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박서준 "인기 좇으며 작품 선택한 적 단 한 번도 없어"[인터뷰]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인기를 좇아서 이 일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이 작품으로 인기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경성크리처'를 선택할 때도 인기를 얻고 못얻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가져 본 적이 없어요."
배우 박서준이 일제강점기를 주요 배경으로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의 출연 결정과 관련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박서준은 지난 11일 최근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번 작품의 출연 결정에 대해 부담을 가지지 않았는지 많이 물으시더라. 역사적 사실이 포함된 작품이기에 그걸로 인해 영향을 받을까봐 우려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아프고 무거운 역사지 부끄러운 역사가 아니지 않나. 이번 작품이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역사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잊고 지낸 사람들에게는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인기를 좇아서 이 일을 해본 적은 없다. 작품이 좋고 캐릭터가 좋으면 배우 박서준에 대해 더 좋아해 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신다. 그렇기에 배우로서 보여드려야 할 점들을 더 잘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박서준은 일제강점기와 일본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모티브로 한 '경성크리처'의 출연 결정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지만, 대본을 쓴 강은경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류스타인 박서준과 한소희가 '경성크리처' 출연을 흔쾌히 결정해줘 큰 힘을 얻었다고 밝힌바 있다. 강 작가가 "일본 내 한류가 시작된 후부터 일제강점기 드라마가 사라졌다. 출연하겠다는 배우도 없었다"라고 말한 상황을 보면 박서준과 한서희의 출연 결정이 '경성크리처' 제작에 얼마나 큰 동력이 됐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봄 경성의 한 병원에서 일본군들이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을 통해 괴물을 만들어내고, 경성 제일의 전당포 주인 장태상(박서준)과 실종된 사람을 찾는 토두꾼 윤채옥(한소희)을 비롯한 인물들이 그 시대를 뜨겁고 아프게 살아내는 스토리를 그렸다. '경성크리처'는 공개 3일 만에 국내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부문 3위에 올라섰고 브라질,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호주 등 전 세계 69개국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모았다.
박서준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았던 다양한 인물들의 군상과 경성 최고 자산가이자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 장태상의 매력을 출연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매번 다르지만 배우로서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요. 이번에는 시대극을 통해서 또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죠.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인물들의 모습이 보이는 게 좋았어요. 태상이라는 인물도 매력 있게 다가왔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무게감을 가지고 일상을 살았을지, 어떤 호흡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든 것들이 다 궁금했죠. 인물들간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될 것인가도 궁금했어요. 모든 것들이 제가 표현하는 만큼 나오는 것이니 그런 것도 기대가 컸죠. 크리처는 온전히 VFX작업을 통해 나오는 것이니 크리처와 함께 펼칠 연기에 대해서도 기대 포인트가 있었어요."
극초반 장태상은 애국이나 정의에는 관심이 없는 돈에만 진심을 보이는 인물이다. 이시카와 경무관의 애첩 명자가 행방불명되자 그녀를 찾아내라는 협박을 받게 된 그는 토두꾼 채옥과 얽히며 전혀 색다른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박서준은 캐릭터를 표현한 과정에 대해 "장태상이라는 인물의 전체 감정선을 봐야 했다. 변화의 폭이 커질수록 장태상의 매력도 업그레이드된다고 생각했다. 모친으로부터 '살아라'는 유언을 듣고 자란 소년이기에 태상에게는 삶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을 거다. 그렇게 경성 최고 자산가가 되지만 채옥과 옹성병원에서의 실험을 목도하는 순간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그가 당시 지위를 누리기 위해서는 궂은일도 마다 않고 능청스럽게 자산을 모아갔을 것이다. 초반에는 그런 면을 강조했고 드라마 자체가 다소 무겁고 묵직한 내용들이 많다보니 태상을 통해 시청자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열어 놓기 위해 위트도 조금씩 가미했다"고 말했다.
'경성크리처'는 시즌1, 2를 2년여에 걸쳐 촬영했기에 박서준이 경험한 단일 작품으로는 최장기간 촬영 기간을 거친 작품이다. 시즌1과 2사이에 3~4개월여의 휴식기도 존재했지만 사계절을 두 번이나 겪으며 촬영한 작품인만큼 소회도 남다른 듯 했다.
"한 작품을 2년 가까이 찍다보니 처음엔 엄청 뜨거웠다가 또 시간이 흐른 뒤 살짝 정체된 느낌도 들었고 지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다시 '열심히 해보자'고 파이팅했죠. 이렇게 긴 기간의 촬영을 경험한 것이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마치 공무원이 된 느낌 같았죠. 가장 감사했던 것은 2년여 촬영기간동안 배우들은 물론이고 모든 스태프분들과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했다는 점이에요. 이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는 걸 생각하면 '경성크리처'는 제게 의미가 큰 작품이죠."
채옥 역 한소희와는 극중에서도 가장 많은 감정을 나누는 사이였고 실제 촬영현장에서도 서로 큰 의지가 됐다. 낮밤이 뒤바뀌고 액션 장면과 감정신이 유독 많은 악전고투의 현장이었지만 작품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1945년 봄을 살다간 사람들의 마음을 전달하겠다는 배우들의 뚝심은 굳건했다.
"한소희 배우와 2년을 촬영하다보니 정말 좋은 동생이 생긴 느낌이에요. 이 작품이 저에게도 의미가 크지만 한 배우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것 같아요. 차기작 선택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많이 나눴어요. 함께 촬영하며 소희 배우에게 느낀 점은 정말 매순간 최선을 다하더라고요. 정말 매번 죽기살기로 연기했어요. 제 스스로 번아웃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 보니 한소희 배우가 완급조절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너무 한꺼번에 에너지를 다 쓰다 보면 고갈될 수도 있으니까요. 정말 좋은 배우이기에 평생 응원하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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