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박자로 ‘밀당’을 한다…더 친해지고 싶어서

최원형 기자 2024. 1. 1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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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퀸의 노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에서 '쿵 쿵 딱'이 되풀이되면 이에 맞춰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친다.

본능으로부터 문화로 나아간 인간의 음악은 '그루브', '스윙', '레이백' 등에서 보듯 박을 밀거나 당기는 방식으로 우리의 기대감을 살짝 '이탈'하고, 이런 "밀당으로 인해 우리의 몸은 더 들썩거리고 심장은 더 쫀득거린다." 이처럼 '밀당'을 하는 이유를, 지은이는 "공감의 극대화", 곧 서로 더 친해지기 위해 문화적으로 정착한 상호작용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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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배리 해리스. 그가 호른 연주자들에게 “너흰 전혀 ‘스윙’하고 있지 않아”라며 \'스윙\'을 직접 보여주는 동영상이 유명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음악, 밀당의 기술
타이밍과 끌림에 관하여
이미경 지음 l 곰출판 l 1만7000원

그룹 퀸의 노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에서 ‘쿵 쿵 딱’이 되풀이되면 이에 맞춰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친다. 국가대표 축구 응원을 할 땐 너나없이 ‘대~한민국 짜짝 짜 짝 짝’을 함께 외친다. 인간은 이처럼 자기도 모르게 박(beat)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남들과 공유한다. 음악학자 이미경(전남대 음악교육과 교수)은 ‘음악, 밀당의 기술’에서 인간은 도대체 왜 이런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그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파고든다. 음악의 박동이란 측면에만 집중해, 음악이론과 뇌과학, 풍성한 예시들과 함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선 지은이는 ‘박’이란 음악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라 말한다. 생존하려는 동물로서 인간은 ‘주의집중’을 통해 연속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을 구별하는데, 그 지속 구간은 30밀리초에서 3초가량이다. 그 이상 주의집중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간은 주변의 주기적 변화에 맞춰 주의를 집중했다 풀었다 반복할 수 있게 진화했다. 또 어떤 사건이 시간적으로 연속해서 일어나면, 다음에 발생할 시점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여기에서 비롯한 것이 박이고, 연속적인 박들을 위계화시켜 조직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박자’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북이 하나씩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북들은 서로 상호작용한다. 음악을 들을 때 자연스럽게 고개를 까딱이고 발을 구르는 것처럼, 외부의 소리 자극에서 느껴진 박동에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동조’ 현상이다. 동조에는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이거나 행동을 맞추는 등 ‘시간적 동조’뿐 아니라 같은 시간 감각을 공유하면서 감정적으로 일치감을 느끼는 ‘감정적 동조’도 있다. 지은이는 이런 동조가 어떤 원인-결과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임을 강조하고, 그 중심에는 아마도 공감을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려는 본능이 있을 거라고 본다. 박자를 맞춰 행동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 이외에는 앵무새, 바다사자 등 극소수라 한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북들이 꼭 정확한 박자를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본능으로부터 문화로 나아간 인간의 음악은 ‘그루브’, ‘스윙’, ‘레이백’ 등에서 보듯 박을 밀거나 당기는 방식으로 우리의 기대감을 살짝 ‘이탈’하고, 이런 “밀당으로 인해 우리의 몸은 더 들썩거리고 심장은 더 쫀득거린다.” 이처럼 ‘밀당’을 하는 이유를, 지은이는 “공감의 극대화”, 곧 서로 더 친해지기 위해 문화적으로 정착한 상호작용이라고 본다. ‘순간적으로 서로를 느끼고 확인하는 시간’이야말로 음악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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