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앓는 동물들, 사람과 다를 바 없더라 [책&생각]

김지숙 기자 2024. 1. 1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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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54㎏에 이르는 개 '올리버'가 4층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올리버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상실의 아픔, 그리고 무엇보다 '동물의 고통을 어떻게 봐야 할까'라는 물음을 안은 채 '미친 동물들'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그가 6년간 만난 동물들은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코끼리와 그를 돌보는 사육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군의관과 도우미견, 자학을 멈추지 못하는 보노보와 정신과 의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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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국가 짐바브웨의 한 동물 보호소에 엄마를 잃고 구조된 새끼 원숭이 ‘윌리엄’(왼쪽)과 새끼 고양이 ‘마블’이 서로 끌어안고 누워있다. 보호소 인스타그램 갈무리

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
마음이 아픈 동물들이 가르쳐 준 것들
로렐 브레이트먼 지음, 김동광 옮김 l 후마니타스 l 2만3000원

몸무게 54㎏에 이르는 개 ‘올리버’가 4층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하늘에서 개가 떨어지는” 걸 본 이웃의 신고로 올리버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신경안정제를 먹으며 각종 훈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분리불안 등으로 결국 2년 만에 세상을 떠난다.

올리버의 반려인이자 과학사학자인 지은이 로렐 브레이트먼은 그때부터 ‘마음이 아픈’ 동물들을 찾아 나선다. 올리버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상실의 아픔, 그리고 무엇보다 ‘동물의 고통을 어떻게 봐야 할까’라는 물음을 안은 채 ‘미친 동물들’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그가 6년간 만난 동물들은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코끼리와 그를 돌보는 사육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군의관과 도우미견, 자학을 멈추지 못하는 보노보와 정신과 의사 등이다. 동물들은 한때 전시동물, 실험동물, 사역동물로 학대나 불안을 경험했거나 혹은 아예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갖가지 강박장애, 우울증, 불안증을 겪고 있었다. 마치 인간처럼 말이다.

지은이는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평범한 생각에서 출발해, 생명체가 겪는 감정적 문제는 인간이나 비인간동물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범한 통찰’로 나아간다. 애초에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 대부분이 20세기 중반 동물실험을 통해 만들어졌고, 인간의 불안을 이해하기 위한 행동 실험도 동물에게 먼저 시행되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사랑과 우정을 통한 ‘상처의 치유’ 또한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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