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그루브’ 타는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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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 광활한 우주 공간을 건너 외계인과 마주치게 된다면,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악학자 이미경이 쓴 '음악, 밀당의 기술'을 본 뒤, 저는 당황하지 않고 일단 춤을 함께 춰보자 권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니 형태도 습성도 예측조차 하지 못할 외계인이라도, 우리와 함께 박자를 탈 수 있다면 적어도 인간에게 적대적인 존재는 아닐 거라고 한숨 놓을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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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 광활한 우주 공간을 건너 외계인과 마주치게 된다면,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악학자 이미경이 쓴 ‘음악, 밀당의 기술’을 본 뒤, 저는 당황하지 않고 일단 춤을 함께 춰보자 권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케이팝 댄스처럼 복잡한 동작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단순한 박자에 맞춰 함께 몸을 까딱까딱 흔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습니다.
지구상에도 인간처럼 ‘박에 맞춰’ 행동할 수 있는 동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합창하는 개구리 등 외부 자극에 ‘동조’하는 것 자체는 가능해도 주기적인 외부 자극으로부터 박을 추출하고 거기에 자신의 행동까지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앵무새와 바다사자 정도에서 그런 모습이 발견되긴 했다지만, 아직까진 인간만이 갖춘 능력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형태도 습성도 예측조차 하지 못할 외계인이라도, 우리와 함께 박자를 탈 수 있다면 적어도 인간에게 적대적인 존재는 아닐 거라고 한숨 놓을 수 있을 듯합니다. 기왕이면 외계인이 ‘그루브’를 타는 모습까지도 기대해 봅니다. 기계처럼 정확한 것만을 추구하지 않고 상대의 눈치를 보며 적절하게 ‘밀당’도 할 줄 아는, 그러니까 상대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란 얘기일 테니까요.
이런 상상을 하다보니 한편으론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입때 인간이 인간에 대해 밝히고 축적해온 지식들은 하나같이 인간이 번성한 핵심 역량을 ‘공감’과 ‘사회적 협력’에서 찾습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전쟁과 폭력, 그로 인한 불평등을 천형처럼 안고 살아갑니다. 함께 그루브를 탈 수 있는 존재에게, 사랑과 평화는 왜 이다지도 어려운 걸까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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