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히가시노 게이고의 ‘노력’이 출판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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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오리콘 차트의 문고본 판매 부문 1위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녹나무의 파수꾼'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한국에서도 최고 인기를 누리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다.
그가 쓴 소설책 총 100종이 지난해 4월3일 기준으로 1억부 발행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일본 언론을 달궜다.
그의 책을 펴낸 고단샤, 가도카와, 신초샤, 슈에이샤 등 일본을 대표하는 11개 출판사에서 집계한 종이책만 헤아려 1억 7만7380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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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오리콘 차트의 문고본 판매 부문 1위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녹나무의 파수꾼’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한국에서도 최고 인기를 누리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다. 그가 쓴 소설책 총 100종이 지난해 4월3일 기준으로 1억부 발행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일본 언론을 달궜다. 1985년 데뷔 이래 38년 만의 쾌거다. 그의 책을 펴낸 고단샤, 가도카와, 신초샤, 슈에이샤 등 일본을 대표하는 11개 출판사에서 집계한 종이책만 헤아려 1억 7만7380부였다. 코로나19 시기부터 공급한 전자책이나 해외 37개국에서 번역 출판한 약 6800만부는 제외한 숫자다.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출판사들은 “고마워! 히가시노 게이고 1억부” 포스터를 만들고 전국 서점에서 기획판매 행사를 열었다.
펴내는 책마다 판매량의 차이가 있겠지만, 다수의 소설이 드라마와 영화의 원작으로 쓰이며 100종의 평균 발행량이 100만부라는 ‘밀리언셀러 제조기’로 등극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처음부터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한 이래 1998년 ‘비밀’이 큰 인기를 얻기까지 10년 이상 그는 무명에 가까운 고된 전업 작가 시기를 견뎌냈다. 어린 시절 중학교 때까지 책은커녕 친구들이 즐기던 만화조차 멀리하던 그였다. 뛰어난 글재주나 천재적 재능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라 오로지 꾸준한 노력으로 일군 대기만성형 작가에 가깝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억부 돌파라는 작가적 성공을 온전히 독자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인기 작가로서 사회 공헌에도 앞장선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는 ‘기린의 날개’ 증쇄분 10만부의 인세를 피해자 성금으로 기부했다. 2018년부터는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스노보드 선수를 선발하는 ‘스노보드 마스터’ 대회를 창설해 지원한다. 그의 소설 속 무대이기도 한 노자와 온천스키장이 개최 장소다. 그는 대학 전기공학과에 다닐 때 양궁부 주장을 했고 중학생 때 취미 중 하나가 스노보드였을 만큼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래서 대기업의 지원이 끊긴 스노보드를 육성할 결심으로 매년 후원하는데, 지난해에는 대회 상금 580만엔을 홀로 부담했다. 그는 스노보드 대회를 후원하는 이유에 대해, 스노보드를 제재로 삼은 책 4종의 판매량이 300만부 이상이어서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경제주간지 인터뷰에서 밝혔다. 행사를 후원하는 것은 스노보드 인구를 소설 독자로 만드는 일종의 “장사”이며, 100만부 팔린 소설조차 일본 인구의 100분의 1도 안 읽은 셈이니 작가의 노력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과연 이야기 장사꾼다운 생각이다.
한국에도 온라인 북클럽 ‘그믐’을 전면에서 지원하는 소설가 장강명, ‘언어의 온도’ 수익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쾌척한 에세이스트 이기주 등의 미담이 있다. 하지만 저자로서 유명해진 후 수익을 온전히 챙기려고 친정 출판사를 등지고 새 출판사를 차리거나 옮기는 얌체족도 있다. 시장이 작고 드라마화 등 미디어믹스가 제한된 우리 출판 현실에서는 어지간한 유명 저자라 해도 전업 작가의 길이 험하다. 그렇지만 만약 잘 나가는 인기 저자라면 우리 출판시장을 키운다는 발상과 실천이 필요한 시대임을 히가시노 게이고가 알려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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