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곳곳 난도질 석면 ‘풀풀’... 학교·교육지원청은 책임 '떠넘기기'

김경희 기자 2024. 1.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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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청소후 천장 파손 사실 확인... 석면 확산 가능성 무시하고 강행
학교 “문제 없을 줄 알았다” 해명... 교육지원청 “바쁜 업무 인지 못해”
관리·감독 부실… 떠넘기기 급급
18일 오전 화성시 기안초등학교에 석면 제거 공사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주현기자

 

화성의 한 초등학교가 석면 제거 공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전 공정 없이 석면 천장 설비를 임의로 뜯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공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화성오산교육지원청과 학교 측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해 경기도교육청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성 기안초등학교는 이번 겨울방학 기간 석면 제거 공사를 앞두고 지난해 12월23~26일 사전 청소에 돌입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폐기물관련법 등을 기반으로 교육부가 작성한 ‘학교시설 석면 해체·제거 안내서’에 따르면 학교 석면 제거 공사는 사전에 청소 작업을 하고, 석면모니터단으로부터 확인을 받게 된다. 이후 이상이 없을 경우 보양 작업과 음압기 가동 등 석면가루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일련의 작업 과정을 거친 뒤 본격적인 해체 작업을 해야 한다. 석면모니터단은 이 과정에서 석면이 파손된 점을 확인하면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학교에 통보하게 돼 있다.

기안초 석면모니터단은 사전 청소 이후 확인 과정에서 석면 텍스 재질의 3층 복도 천장과 에어컨 등 천장 설비가 임의로 뜯겨진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5일 화성 기안초등학교 복도 천장 곳곳이 석면 텍스가 뜯겨진 채 방치돼 있다. 독자 제공

석면 텍스 제거 과정에서 석면 가루가 학교 곳곳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채 해체 작업을 강행하려고 했던 셈이다.

문제가 제기된 후에도 이 같은 상황은 다시 한 번 반복됐다. 지난 5일 석면 제거 업체가 작업을 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2층 복도 천장 곳곳에 구멍이 뚫린 채 방치돼 있었다. 또다시 아무런 사전 작업 없이 석면 텍스 12장을 제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관리·감독의 주체인 화성오산교육지원청과 학교 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데에만 급급했다.

학교 관계자는 “전기 작업 등을 할 때 석면이 철거된 것 같다”며 “모니터링 과정에서 천장(석면 텍스)이 분리된 것을 봤지만, 어차피 철거 전 보양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다른 업무로 바빠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지난 16일 문제가 제기된 뒤 실내 공기 측정을 했으나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석면 문제는 절대 안일하게 대처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최미경 석면피해예방지원센터 이사장은 "학교는 석면에 특히 취약한 아이들이 있는 곳이어서 아주 작은 석면 잔재물만 발견돼도 심각한 문제인데, 석면 잔해가 학교 곳곳에 널브러진 지금같은 상황은 도무지 있을 수 없다”며 “학교는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 2009년부터 건축 자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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