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일 수입이 가장 좋은 방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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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 과일 30만t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과일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너무 비싸서, 가격 안정 차원에서 수입한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국산 과일 소비 저변 확대를 위해 추진하던 초등학교 과일간식 지원사업 국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더니, 이제 또다시 사과 수입의 문을 연다면 이는 우리 과일산업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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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 과일 30만t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어 미국·뉴질랜드와 사과 수입 검역 절차를 협의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4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라고 생각해본다. 지난해 과일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너무 비싸서, 가격 안정 차원에서 수입한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경북 동안동농협이 있는 안동시 길안·임하·임동 지역은 사과 주산지다. 나 자신도 3만9669㎡(1만2000평) 사과농사를 짓는 농부다. 지난 한해는 과일농사 짓는 농민에겐 정말 힘든 시기였다.
개화기 저온피해를 시작으로 때 이른 더위 때문에 고온피해가 있었고, 봄에 부는 건조한 강풍으로 결실이 매우 불량했다. 여름엔 우박이 내렸고, 잦은 강우로 병충해가 극심해 농약값은 예년보다 배 이상 들었다. 수확을 앞두고는 탄저병과 썩음병이 창궐해 사과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30.3% 줄었고, 수확을 포기한 농가도 많았다. 자연히 가격은 높게 형성됐다. 이렇게 가격이 높은 해는 사과농사 짓고는 처음일 정도다.
수요를 맞추지 못해 수입한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이해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때 가격이 올라가는 것 또한 정한 이치 아닌가. 개방의 문을 열었다가 그리 쉽게 닫을 수 있을까.
지금 가격이 오른다고 수입했다가 올해 풍작이 돼 몇달 뒤 과일 가격이 폭락하면 그때 정부에서는 폭락한 과일 가격에 대한 어떠한 대책이라도 있는가.
과일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앞질렀다. 그렇다면 쌀뿐 아니라 과일도 식량안보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입의 문을 열었을 때 우리나라 사과산업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43년 전 사과 한상자를 팔면 두 사람 인건비가 됐다. 30년 전에는 한상자 팔면 한명 인건비는 건졌다. 10년 전에는 두상자 팔아야 겨우 한명의 인건비가 됐고, 최근엔 가격이 좋아야 두상자, 그렇잖으면 다섯상자는 팔아야 된다.
국산 과일 소비 저변 확대를 위해 추진하던 초등학교 과일간식 지원사업 국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더니, 이제 또다시 사과 수입의 문을 연다면 이는 우리 과일산업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농민 숫자보다 소비자 숫자가 많아 지금 당장이야 소비자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면 소비자들이 싼 맛에 좋다고들 하겠지만 우리나라 과일산업이 무너진 뒤 외국산 과일값이 폭등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땐 달에서 과일을 수입해 와야 하나.
배용규 경북 동안동농협 조합장-경영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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