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흙, 생명 근원이자 탄소중립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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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한 인상적인 사건은 영화 '마션'의 상영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리고 화성의 흙을 인분과 섞어 감자농사에 성공한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찌 됐을까? 영화가 나온 지 6년 만인 2021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농업생물학과·산림학과·토양작물과학과 공동연구팀은 화성의 흙과 똑같은 성분을 이용해 토끼풀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그리해 흙은 우리 지구 육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근본임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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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한 인상적인 사건은 영화 ‘마션’의 상영이 아니었을까 한다.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 와트니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장기인 농사를 짓기로 한다. 그리고 화성의 흙을 인분과 섞어 감자농사에 성공한다. 이 장면은 대중에게 열렬한 관심을 샀고 과학자들까지 논쟁에 뛰어들게 했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찌 됐을까? 영화가 나온 지 6년 만인 2021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농업생물학과·산림학과·토양작물과학과 공동연구팀은 화성의 흙과 똑같은 성분을 이용해 토끼풀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질소를 고정할 수 있는 뿌리혹박테리아를 주입하면 더욱 잘 자랐다. 조만간 감자 키우는 것은 문제도 아닐 전망이다.
30년 넘게 사진을 찍으며 세상을 떠돌았던 필자의 경험 때문인지 나이가 좀 든 지금, 사물의 근본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리해 흙은 우리 지구 육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근본임을 새삼 느낀다. 흙은 식물의 뿌리를 지지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며, 물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미생물과 동물의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하며 대기와 물 순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흙의 기원은 약 46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지구가 형성되면서 암석이 풍화되고 화산활동으로 화산재가 쌓이면서 흙이 생겨났다. 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생물과 식물·동물의 상호작용을 거쳐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흙 한줌에는 수십억년 역사와 변화무쌍한 다양성이 존재한다.
그 흙을 기반으로 인류는 농업을 탄생시켰다. 농업은 흙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고 그 식물을 인간의 식량으로 이용하는 활동이다. 농업의 발달로 인간은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좀더 많은 수확량을 원하게 됐고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흙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 농경지에서 이뤄지는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은 흙 속 유기질 함량을 감소시키고 토양 침식을 유발한다. 또한 과도한 경작은 흙의 구조를 파괴하고 흙의 생물다양성을 감소시켰다.
인류는 전 지구적으로 흙의 황폐화라는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다. 흙의 황폐화는 식량 생산 감소, 토양 침식, 홍수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흙 황폐화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킨다. 이는 흙이 탄소의 거대한 저장고이기 때문이다. 탄소는 흙 속에 수천년·수만년 저장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농업은 흙을 다루면서 온난화 대응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농업용 질소비료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 등으로 환경에 부담을 끼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뭔가? 바로 흙을 보호하는 것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법을 확대해 흙을 살려야 한다. 이것으로 아산화질소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경작지에 콩·옥수수 등을 함께 심어 토양 내 유기질 함량을 높이고 주변에 숲을 조성해 탄소를 흙에 가두어야 한다. 이리하면 흙 침식도 막고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 글을 쓰며 법정기념일로 ‘흙의 날(3월11일)’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흙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기념을 넘어, 흙을 살리는 실천적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이상엽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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