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발언에 화들짝 놀란 김동연 "어떻게 이런 무식한 이야기를…"
'2024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 참석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탈원전하면 반도체 산업 포기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세계 트렌드를 모르는 무식한 얘기"라며 "대한민국이 이 RE100 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처럼 거꾸로 가면서 반도체 얼마 투자하겠다? 수출길 막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으로 세계 유수의 기업 및 한국의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가입해 있다. 즉 향후 반도체 생산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다른 RE100 참여 기업들이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 구글 등 반도체 소비 기업들이 모두 RE100에 가입해 있다. 원자력발전은 RE100에서 규정한 신재생에너지가 아니다.
김 지사는 한국 시각으로 18일 오전 다보스 현지에서 SNS 라이브 방송을 하는 가운데, 한 참여자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질문하자 "반도체 라인 증설 이야기를 하면서 원전의 필요를 얘기했는데, 아시겠지만 원전은 RE100에,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당장에 원전을 어떻게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어떤 조정이 필요는 하겠지만 지금 반도체 라인 증설을 하면서 원전으로 충당하겠다고 하는 얘기를 하는 것은 정말 세계 트렌드나 또는 이 부분의 내용을 잘 모르는 무식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에서 연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원전은 핵심"이라며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책 방향 거꾸로 가면서 반도체 얼마 투자하겠다?"
김 지사는 이같은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이 RE100 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에 거꾸로 가면서 반도체 얼마 투자하겠다? 이 수출길 막히는 거 어떻게 이렇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오늘 만났던 국제에너지기구의 사무총장이 '한국이 많은 좋은 기업들과 신재생에너지의 좋은 기술로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 그렇지만 한국이 이 문제에서 뒤떨어지면 다시 잡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며 "한국은 왜 이렇게 잠재력이 많은데 이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나 기후변화 대응은 거꾸로 가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뜻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또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만난 일화를 언급하며 "앨 고어가 '대한민국 참 희한한 나라다'라고 했다. 신재생에너지가 석탄이라든지 이런 옛날 에너지보다도 가격이 대부분이 싼데 신재생에너지 더 비싼 나라가 전 세계에서 4%라고 한다. 대한민국이 4%에 해당하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신재생에너지가 비싼 이유에 대해 "그만큼 수요가 많이 생기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억누르는 방향으로 가는 정책을 많이 쓰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 공급이 늘어나야 가격이 싸진다"라며 "OECD 국가 중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율이 다 늘어나는데 유일하게 한 나라가 떨어졌다. 대한민국이다.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기도는 이 문제에 있어서 정말 문제의식을 가지고 경기RE100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는 여러 부분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번 포럼에서 김동연 지사는 지방정부 수장으로써 중앙정부 대신 여러 역할을 수행했다. 일례로 다보스 포럼에서 주관하는 '넷제로의 가속화: 제조업 혁신 전략', '책임있는 재생에너지 가속화' 등 다양한 세션에 참여해 탄소도시를 주제로 도시 개발과 재생 전반에 걸친 지역경제 전략을 설명하기도 했다.
파티 비롤(Fatih Birol)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세계경제포럼 에너지자문위원장으로서 내년 포럼에서 김동연 지사를 강연자로 초청하고 싶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622조 투자? 과거부터 24년 후 투자할 것 다 합쳐서 발표…국민 호도하나?"
윤 대통령이 "경기 남부를 관통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라며 "일단 일차적으로 약 62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김 지사는 "그 기사 내용을 보면서 저는 상당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첫 번째, 지금 622조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2047년까지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23, 24년 뒤 얘기까지 포함된 거고 과거에 전 정부에서 했던 투자까지 다 합쳐서, 삼성과 SK하이닉스 투자를 다 합쳐서 발표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이어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경기도 정책을 표절한 것 같다. 작년 6월에 제가 이미 제 중점과제 중에 이 똑같은 얘기를 했었다. 기업이 하는 것, 이미 했던 것, 앞으로 20년 동안 하는 것을 합쳐서 이 큰 금액을 재탕, 삼탕하는지 제가 이해할 수가 없다. 국민들 호도한다고 하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또 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민생토론회가) 정치적 행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지금 총선 앞두고 김포 서울 편입이다, 또 공매도 금지다, 또 소위 민생토론회라는 것을 통해서 소수 대기업에만 영향을 주는 감세한 발표, 재건축 완화 발표, 비수도권에 미분양주택 사면 주택세 빼준다는 발표, 이런 선심성 정책을 하면서 정치적 행보로써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한번 짚어볼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대통령이 경기도 오시는 거 환영한다. 경기도에 관심 가져주는 거 환영하고 반도체 클러스터 우리 경기도가 발표했지만 같이하는 거 저 아주 좋다. 그런데 선거 때 아니고 평소에도 좀 오시라"라며 "가짜 민생 그런 거 말고, 재탕, 삼탕 말고요. 진짜 우리 국민이 지금 얼마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또 거시경제지표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더 얼마나 어려운 민생을 살고 있는지를 보면서 그것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 강경발언 내놓는 김동연 지사
김동연 지사의 윤석열 정부를 향한 강경 발언은 이날만이 아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현안이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지난 3일 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년 브리핑에서는 작심하고 윤석열 정부를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윤 정부의 재정 정책, 산업 정책, 기후 위기 정책을 언급하며 "긴축재정 또 기후변화에 대한 역행하는 정책적인 방향, 또 산업정책에 있어서 문제, 지금 거시경제 운영에 대한 문제, 이런 것들은 전체 국민에 대한 정책을 역주행했다"며 "의도적으로 국민에 테러했다는 게 아니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미쳤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 산업 등과 관련해서도 "전 세계적으로 산업 정책이 복구되고 있으며, 산업의 전환기에 지금 반도체나 2차전지나 그밖에 많은 새로운 산업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지향점이 있는데,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념화된 국제외교와 국제정치, 경제 노선에 따라서 그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지고 한쪽에 경사된, 그럼으로 이와 같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기후 위기 대응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지금 탄소중립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는 물론 오히려 이와 같은 것을 기회로 삼는 것이 전 세계 추세인데, 대한민국만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며 "이와 같은 이념적 잣대로 가고 있는 역주행이야말로 저는 정책적 테러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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