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명품백, 아쉬운 점 있어” 대통령실 “의견 듣는 중”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함정 몰카”라면서도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문제 대응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다. 당과 대통령실이 ‘악의적인 함정 몰카’라는 입장은 유지하면서도, 대응 방식에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에서 당의 저출산 대책 공약을 발표하는 행사를 가진 뒤 기자들이 김 여사 명품 가방 논란 관련 질문을 하자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다”면서도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제가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에 대한 검토 문제를 전향적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한 위원장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논란에 대해 발언을 자제해왔다. 위원장 취임 전인 작년 12월 국회에선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느냐”고 했다. 그런 그가 이날 ‘국민 걱정’ ‘아쉬운 점’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김 여사 명품 가방 논란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사안의 본질은 악의적인 공작이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국민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김 여사 사과 문제가 논란이 됐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명품 가방 논란과 관련해 “함정 몰카, 정치 공작이 사안의 본질”이라며 “이런 본질을 알고 발언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질의가 있기 전에 이 같은 입장을 먼저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자 의총에 참석했던 하태경 의원은 “그런 식으로 하면 수도권 선거를 못 치른다”며 “몰카 공작은 맞지만, 준다고 다 받으면 되느냐”고 했다고 한다. 서울 출마를 선언한 하 의원은 앞서 CBS 라디오에서 “(김 여사는) 부적절했다는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의 언급은 최근 총선 영입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여사의 입장 표명이나 사과를 요구하고 현역 의원까지 가세한 가운데 나왔다. 서울 마포 출마 예정인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전날 “‘디올백(가방)’은 심각한 사건”이라며 “국민께 납작 엎드려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 수원에 출마하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김 여사가 국민에게 사과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김경율 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당에서 입막음을 하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대구가 지역구인 윤 원내대표의 언급에 대해 “수도권과 TK(대구·경북) 출마자의 인식 차이”라며 “수도권 출마자는 절박하다. 대응을 제대로 못 하면 총선은 망한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도 “다들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공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말을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서울 송파갑)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진솔한 사과와 청탁금지법상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그것을 할 수 없으면 진짜 절박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재협상을 하자고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159명 국민의 생명보다 총선 공천권이 더 소중하냐”며 “대통령실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 여당”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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