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수 이탈… 1부 승격 가시밭길
프로 축구 수원삼성 염기훈(41) 신임 감독은 “승격에 내 모든 걸 걸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감독이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전임 김병수 감독을 밀어내고 감독대행 자리를 꿰찼다’는 소문에는 단호하다. “없었던 일이 사실인 양 퍼져 우리 가족이 너무 힘들었다. 수원 팬이라도 (소문을 퍼뜨리는 건) 용납할 수 없고,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수원삼성이 지난 2023시즌 K리그1(1부) 12위에 그치면서 2부로 즉시 강등된 건 축구계에선 충격이었다. 1995년 창단, 한국 프로 축구를 대표하는 구단 중 하나였던 명가의 굴욕이었다. 이제 올해 2부에서 리그를 시작하는 수원삼성은 1년 만에 굴욕을 설욕할 수 있을까.
일단 ‘초보 감독’에게 이 중대 과제를 맡겼다는 부분에 대해 팬들이나 전문가들 시선은 차갑다. 염 감독은 작년 4월 이병근(51) 감독, 9월 김병수(54) 감독이 차례로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어수선한 상황에서 감독대행을 맡았다. 그러나 결국 1부 잔류에 실패했다. 뭔가 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련한 전략가’ 대신 ‘초보 야심가’에게 승격 과제를 맡긴 건 모험이란 지적도 있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수원이 사실상 ‘도박’을 한 것”이라며 “전남처럼 한번 내려앉은 팀이 2부에서 고전한 사례가 있다. 수원이 지난 시즌 경기력을 이어간다면 전망은 어둡다”고 했다.
2부로 떨어진 1부 팀이 1년 만에 승격을 이뤄낸 경우는 대전(2014년), 제주(2020년), 광주(2022년) 세 번뿐이다. 1994년 창단한 전남은 2018년 첫 강등 후 올해도 6년째 2부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다. 경남도 2019년 강등 후 5년째 제자리다.
수원은 더구나 강등 이후 주요 선수들이 떠나갔다. 국가대표 출신 권창훈(30)이 전북으로, 김태환(24)이 제주로 옮겼다. 권창훈은 수원 유스팀 매탄고 출신으로 수원 통산 101경기 19득점을 기록했고 국가 대표로 월드컵(2022) 무대도 밟은 베테랑. 김태환 역시 매탄고 출신으로 109경기에 나선 주요 전력 중 하나다. 공백을 메워야 하는 지금, 아무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건 불안 요소다.
그럼에도 명문 구단의 저력이 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수원은 시설 등 인프라가 우수하고, ‘찐팬(진짜 팬)’들이 열렬한 성원을 보내는 구단”이라며 “오랜 시간 명성을 쌓은 수원 유니폼을 입고 ‘재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건 프로 선수들에겐 여전히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수원으로 좋은 선수들이 올 것이란 기대다.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도 긍정적인 배경이다. 박경훈(63) 신임 단장 등은 “2부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쓰는 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원은 지난해 200억원대 예산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2부 팀들은 대체로 100억원만 있어도 ‘꿈의 예산’으로 여기는 걸 고려하면 넉넉한 환경이다. 수원 작년 선수단 연봉 규모는 약 106억원이었다. 1부 12팀 중 6위였다. 염 감독은 “새 단장님이 ‘무조건 지원하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난해 이런 지원 아래에서 최악 결과를 냈다는 점이다. 3위로 시즌을 마친 시민 구단 광주(100억원 안팎 예산)와 비교하면 돈을 가장 비효율적으로 쓴 구단에 속한다. 팬들이 “무능한 프런트”라고 비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형범 해설위원은 “개막 후 좋은 성적을 내는 것과 별도로 팬 이야기를 듣는 창구를 갖춰 소통도 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수원은 이제 2부에서 부산, 경남 등과 승격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부산은 지난 시즌 2위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렀으나 고배를 마셔 승격 열망이 크다. 선수 등록 마감이 3월 8일인데도 벌써 14명을 데려오며 ‘폭풍 영입’한 서울 이랜드도 만만치 않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수원이 2부 우승 후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경기가 거친 2부 스타일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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