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자유·민주 지킨 대만 선거, 한국 총선에 주는 의미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2024. 1. 19.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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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쟁 위협에 맞서
反中 라이칭더 택한 대만인
트럼프의 경선 압승도
미국인의 반중 정서와 관련 있어
세계 여러 나라 선거 겨냥한
中 선동·공작 갈수록 교묘해져
자유 진영 최전선 한국의 선거
전체주의 위협 극복해야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승리를 축하하고 있는 라이칭더 총통 당선자. /AP 연합뉴스

2024년은 전 세계 50여 나라에서 40억명 이상이 투표하는 선거의 해다. 지난 13일 올해의 세계 첫 선거에서 대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총통으로 선출됐다. 60%가 정권 교체를 원했음에도 국민당은 패배했다. 건설적 의제도 없이 군사 위협을 가하는 중국의 눈치나 살피며 “전쟁이냐, 평화냐?” 외쳤던 게 패착이었다. 이와 달리 민진당은 “민주주의냐 권위주의냐?”의 구호로 당당히 중국의 위협에 맞섰다. 젊은 층 다수는 중국에 굴복하는 국민당 대신 제3의 민중당을 지지했다. 그 결과 라이칭더는 40% 이상을 득표해서 국민당 후보를 약 7%포인트 따돌렸다.

중국발 전쟁 위협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삼켰음에도 대만인들은 자유와 민주를 선택했다. 중국의 군사적 도발과 정치적 압박에 맞선 실존적 결단이었다. 그 점에서 대만 선거는 전 세계 선거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사흘 후인 지난 16일 미국의 아이오와주 공화당 당원 대회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일견 무관한 듯한 이 두 사건은 의미심장한 동시성(synchronicity)을 보인다.

좋든 싫든 트럼프는 대만을 엄호하며 중국과 맞붙었던 저돌적인 반중 투사다. 2016년 차이잉원 정권이 출범하자 중국의 압박과 회유로 7국이나 대만과 외교를 단절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 의회는 2018년 3월 미국과 대만 공직자의 자유로운 상호 방문을 허용하는 “대만 여행법”을, 2020년 3월 대만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는 “대만 동맹 국제 보호 강화법”을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 중국은 극구 반발했지만, 트럼프는 두 법안에 서명했다.

현재 미국을 휩쓰는 트럼프 현상은 반중 감정과 직결돼 있다. 결과가 어떻든 오는 미국 대선의 최대 화두가 중국 문제라는 얘기다. 미국인 다수는 전체주의 중국이 세계 패권을 노리며 음험한 수법으로 미국 사회를 파괴하려 한다고 믿고 있다. 2019년까지 순항하던 미국 경제는 팬데믹이 시작되자 급전직하했다. 2020년에만 960만명이 직장을 잃었다. 미국인은 초유의 록다운(lockdown)을 겪어야 했으며, 많은 군중은 폭력 시위에 뛰어들었다. 오늘날 미국인 다수는 중국 때문에 미국의 제조업이 쇠퇴하고, 전통적 가치가 해체되고, 사회 기강이 무너진다고 느낀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코비드-19가 중국 정부의 미필적 고의에 따른 생물학전이었으며, 현재 북미를 휩쓰는 펜타닐 중독은 중국이 가하는 화학전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2023년 퓨(PEW)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83%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중국 안팎의 전략가들은 중국이 벌써 오랜 세월 전 세계 여러 나라를 겨냥해 때론 은밀하게, 때론 노골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정치전(政治戰·political warfare)을 벌여왔다고 말한다. 정치전은 싸우지 않고서 적을 무력화하는 소리 없는 전쟁이다. 게릴라 전술로 중화 대륙을 탈취한 중공의 지도부는 정치전의 달인이다. 중국은 세계 제패의 야욕을 품고서 상대국의 재계, 법조계, 학계, 언론계, 사이버 영역의 곳곳을 파고들어 조작, 음해, 선동, 협박, 회유, 보복 등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중국식 초한전(超限戰)이다. 재래식 군사 작전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제한적 전쟁(unrestricted warfare)이다.

2024년 선거를 치르는 40억 개개인이 초한전의 표적일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가치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열린 사회의 선거는 가짜 뉴스, 허위 정보, 거짓 선동, 음해 공작 등 다양한 방식의 전체주의적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중국과 북한의 공격에 전면 노출되어 있다. 2010년 북한의 어뢰정이 천안함을 폭침했을 때, 군사 테러 앞에서도 국민 여론은 양극단으로 갈라졌다. 야당은 “전쟁하자는 말이냐?”는 한마디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했고, 북한은 슬그머니 면죄부를 받았다. 군사 작전과 심리전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위협의 실례다.

4·10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은 더욱 대담해지고, 중국의 초한전은 한껏 교묘해지는 듯하다. 정보 혁명의 시대 한 나라의 선거는 더 이상 일국의 사건일 수 없다. 한국의 총선은 여야의 권력투쟁일뿐더러 국제 질서의 재편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주 대만인들은 전쟁 위협에 맞서 목숨을 걸고 자유와 민주를 지켰다. 대만처럼 한국도 전체주의의 위협에 시달리는 자유 진영의 최전선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국제 연대를 지켜야만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가 보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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