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그레이 보터

강필희 기자 2024. 1. 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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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 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주어진 건 2020년 21대 총선부터다.

만 19세였던 선거 연령 하향 논의는 1987년 개헌 때도 있었지만 여당인 민정당 반대로 무산됐다.

17대 총선 때 실질적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습니다. 이제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요"라는 돌출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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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 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주어진 건 2020년 21대 총선부터다. 2019년 개정된 공직선거법 덕분이다. 만 19세였던 선거 연령 하향 논의는 1987년 개헌 때도 있었지만 여당인 민정당 반대로 무산됐다. 선거 나이를 한살 낮추는데 32년 걸린 셈이다. 그런데 막상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한 이 세대에 대한 관심은 이후 몇차례 선거에서 이상할 정도로 옅어졌다. 학생이라는 신분, 투표 참여도, 정치 성향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해당 연령대 인구 비중에서 찾아본다.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로 미미할 뿐더러 급격히 줄고 있기까지 하다. 누구에게 어필할 것인가의 싸움인 선거전에서 18세는 상대적으로 큰 변수가 아니라는 계산이 깔렸을 수 있다.


17대 총선 때 실질적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습니다. 이제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요”라는 돌출 발언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선거 초반 우리당이 압도했으나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데는 당 대표의 노인 폄하가 한 몫 했다. 53년생인 정 의장은 당시 51세, 지금은 71세다. 5선 도전을 위해 몸을 풀고 있다는 그가 자신의 신체 나이보다 더 버거운 건 ‘올드 보이’라는 수식어일 것이다.

일명 ‘그레이 보터(Grey Voter)’라 불리는 6070(60세 이상) 유권자 수가 2030(18~39세)을 처음으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6070은 1390만 명으로 2030(1373만 명)보다 17만 명 많다. 21대 총선 때만 해도 6070은 2030보다 오히려 300만 명 적었다. 20년 전인 17대 총선에는 2030 비중이 6070의 3배 가까웠다. 현재 부산의 6070(104만 명)과 2030(82만 명) 격차는 22만 명이나 된다.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할수록 이 차이는 급격히 벌어질 게 확실하다.

유럽이나 오세아니아 일부 국가에는 연금당이 존재한다. 노령층을 공략하기 위해 노인 복지, 연금 등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는 정당이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등에서는 유의미한 득표에 성공해 의회에도 입성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노인 표심 잡기에 안간힘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과거 노인 비하 발언이 문제된 비대위원을 재빨리 해임한 게 같은 맥락이다. 눈앞에 고갈을 앞두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이 속도가 나지 않는 이면엔 정치권의 노인표 눈치 보기도 있다. 2030 유권자가 더 많았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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