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예술여행] [9] 외세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얼마 전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영화 최종편인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해 화제다. ‘이순신 3부작’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벌인 여러 전투 중 주요 3대첩 ‘한산도대첩’ ‘명량대첩’ ‘노량대첩’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영화 ‘명량’이 제일 먼저 개봉했다).
몇 년 전 겨울 끝자락, 바다를 보러 통영으로 향했다. 거제와 통영의 바닷가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는 겹겹 섬으로 장관을 이룬다. 다도해라는 말이 실감 난다. 통영항에 도착하니 바다 건너 한산도가 지척이다. 통영과 한산도, 지금은 다리로 연결된 미륵도 사이의 바다가 바로 임진왜란 때 한산도대첩(1592)이 벌어진 곳이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바다를 보고 있자니, 이곳에 이순신을 기리는 사당이 있음이 떠올랐다. 통영에는 삼도수군통제영과 이순신을 기리는 사당 충렬사가 있다. 삼도수군통제영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3도의 수군을 통솔하는 삼도 수군의 본영이다. 첫 삼도수군통제사가 바로 이순신이다. 통영 충렬사는 남해 충렬사와 함께 1663년 현종에게 편액을 받은 사액 사당이다.
쌀쌀한 날씨지만 충렬당 입구에 있는 동백나무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400여 년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고즈넉하다. 형식이 독특한 외삼문과 중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자 내삼문 안쪽 충렬사 정당(正堂)에 도착한다. 꽤 높다. 작은 사당인데, 선조의 명을 받은 제7대 통제사 이운용이 1606년 세웠다. 잠시 묵념한다. 의미 깊은 장소다. 발길을 돌려 충렬사 기념관으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이순신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19세기에 제작한 ‘수조도병풍’은 한산도대첩 때의 전법을 기념하는 그림이 들어있는 12폭 병풍이다. 전함 548척이 통제사의 배를 중심으로 학익진을 펼치고 있다. 임진왜란 이후 이순신을 기리기 위해 명의 신종 황제가 보낸 ‘통영 충렬사 팔사품 일괄’(보물 440호)도 이곳에 있다.
영화는 ‘영화적 상상력’이 강하지만, 이를 차치하고 우리에게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주는 울림은 여전히 묵직하다. 그 이름은 전쟁, 재난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 나라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더욱 당당하고 노련하게 이 세파를 헤쳐나가야 할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예술 문화가 현실에 주는 또 다른 조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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