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한동훈 옆에 설 ‘청년’은 누구인가

박은주 기자 2024. 1.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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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청년 정치’
청년 정치도 산뜻한 것 없더라
그래도 청년에 권한 줘야
낙하산 말고 ‘진짜 발탁’

386은 스무 살 때부터 과대망상으로 살았던 세대다. 자기 한 몸 투신해 ‘미 제국주의 식민 국가’를 전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세월을 지내고 취직해 보니, 세상은 넓고 나는 바보였다.

건진 것도 있었다. 운동권 ‘학습’이라는 게 어떤 형태로건 체제를, 국가를 권력 구조로, 경제 구조로 분석하는 것이다. 90년대 생수를 사고, 요가 하는 ‘이상한 사람’을 보면서 웰빙, 개인주의, 생태주의 좌파 같은 키워드를 뽑아내는 ‘기술’이 생기는 것이다. 운동권 출신이 사회에 나와 돈벌이로, 권력으로 승승장구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부산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산 미래일자리현장 간담회에서 청년 정책을 약속하고 있다./연합뉴스

몇 달 전 젊은 정치인 지망생들과 만났다. ‘386은 죽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이런 요지였다. 운동권 경력 하나로 수십 년을 우려먹는 운동권을 우리 사회는 혐오한다. 그러면서도 사회는 386을 끊임없이 재고용한다. 5060은 젊은이보다 술도 적게 먹고 아침에도 일찍 깬다. 나이 들면 밥도 많이 못 먹는다. 가성비가 좋다. 무엇보다 판세를 읽고, 돌진해 싸울 줄 안다. 고령화 시대라 386은 오래 살 거다. 386 운동권 청산론을 누가 제기했나. 그것도 386이다. 당신들은 그 기회도 놓쳤다. 그들과 싸워라. 들이받아라. 지금이 적기다.

이렇게 채근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은 스펙 쌓느라 사회과학 같은 건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찍히면 스타가 되거나 죽는, 지금의 ‘낙점(落點) 정치판’에서 청년이 살 길은 ‘고분고분한 치어리더’가 되는 길뿐이다.

22대 총선 공천을 코앞에 두고 국민의힘, 민주당 모두 청년 우대 공천 룰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거나 곧 밝힐 것이다. 우리나라는 청년을 법적으로 우대하는 나라다. ‘아동기본법’ ‘노인기본법’은 없지만 ‘청년기본법’은 있다. 19~34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법으로 2020년 초 통과됐다. 보수당이 발의한 후 후회하고 미적대는 걸, 당시 여당이 밀어붙였다. 청년에게 현금 살포할 근거를 마련한 법이다. 거칠게 말하면, ‘청년을 보살피는 꼰대’에게 표를 달라고 만든 법이다.

청년에게 돈을 줄 수 있어도 권력은 나누지 않는 게 우리 정치판이다. 사실 청년 정치가 꽃필 것이라는 기대도 별로 없다. 청년 정치도 구리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준석씨에게서 정치의 미래를 본다는데, 기자 눈에는 잘 안 보인다. 민주당 박지현씨도 그 역량에 갸우뚱해진다. 당 논평을 내는 청년 정치인들은 탱탱한 피부로 낡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현장. 국감 자료의 상당 부분이 보좌관들의 몫이다. /뉴스1

그래도 청년이 기회를 가져야 한다. 젊은 세대의 ‘출산 파업’을 멈춰 인구 절벽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자립시켜야 한다. 자립은 ‘권한’에서 나온다.

‘386 기득권’ 청산을 기치로 내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인기가 높다. 우선 자기 당의 청년부터 살피면 좋겠다. “좋은 정책 만들면 밝은 미래가 있다”고 믿는 국민의힘 보좌관이나 비서관은 많지 않다. 보수당은 ‘인재 영입’을 통해 법조인, 전문직, 명문가 자제를 모셔왔다. 국감 자료 만들고, 의원님 수발 들다 국회의원 됐다는 국힘 청년을 몇 명이나 보셨나. 국힘 의원을 보좌하는 수백 명 청년들 말부터 들어보시라.

민주당은 ‘운동권 후배’ 챙기는 게 문제인데, 국민의힘은 자기 당 청년은 ‘사노비’처럼 굴리고, 꽃가마에는 반드르르한 도련님과 아기씨들을 태워 모셔왔다. 한동훈 비대위가 성실한 당직자나 보좌관 두셋만 발탁해 손을 번쩍 들어준다면,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다. 짧은 인생도 인생이다. 그들 ‘인생’ 속 노력과 헌신의 시간을 제대로 측량해주는 것, 그게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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