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61] 서비스업과 사물 존칭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2024. 1.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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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고객님의 불편 사항이 접수되셨습니다” 등 사물을 높이는 말투를 ‘사물 존칭’이라고 한다. 주체 높임 원칙에 어긋나는 잘못된 존대법이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음에도 서비스 현장에서는 이러한 말투가 여전하다. 젊은 세대가 제대로 국어를 구사할 줄 모른다고 기성세대가 핀잔을 주는 세대 갈등 소재이기도 하다.

일본어에는 사물 존칭과 유사한 ‘미화어(美化語)’라는 개념이 있다. 명사 앞에 접두사 ‘오’나 ‘고’를 붙이는 어법으로, 가네(돈)를 ‘오카네(お金)’로, 사케(술)를 ‘오사케(お酒)’로 말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화어는 상대를 높이는 존경어나 자신을 낮추는 겸양어 등과 달리 정중하고 품위 있게 말함으로써 상대를 존중하는 화법으로 규정된다.

일상적으로 쓰는 어법이지만 근래에는 오·남용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가타카나 표기 외래어에는 미화 접두사를 붙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오토이레(おトイレ·화장실)’ 정도가 예외지만, 요즘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오비루(おビ-ル·맥주), 오코히(おコーヒー·커피) 등 외래어까지 마구잡이로 미화어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처지에서는 사물 존칭 지적이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예약받을 때 “예약자명이 어떻게 되는지요?”보다 “예약자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라고 말하는 편이 안전하다. 전자는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사장님, 사모님을 남발하는 호칭 인플레가 있듯이 사물 존칭도 손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무조건 높이고 보는 일종의 ‘존댓말 인플레’ 현상이다. 존댓말에 민감한 사회적 특성이 서비스업에 왜곡되어 투영되면서 형성된 약자의 언어 현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못 배운 말투라고 매도하기보다는 그 뒤에 숨은 사회 구조적 배경도 감안하면서 언어 변화 관점에서 문법적 허용 등을 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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