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20] 남기지 않는 음식 문화
외식 산업은 늘 경제 상황 영향을 받는다. 호황기에는 고급 레스토랑 수요가 늘고, 비싼 술 소비가 증가한다. 뉴욕의 레스토랑에서도 스테이크 같은 메뉴가 잘 팔린다. 고객들은 법인 카드로 결제한다.
미국의 경제 호황기에 브레이크가 걸렸던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와인도 덜 마시고, 가성비 위주 메뉴를 선택하는 소비자층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많은 레스토랑의 메뉴에 ‘샤퀴테리(charcuterie)’가 추가되었다. 샤퀴테리는 육류를 가공해서 만든 식품을 총칭하는 프랑스어다. 보통은 소, 돼지, 닭, 오리, 토끼 등의 고기를 염장하거나 훈제해서 만든다. “프랑스인의 솔 푸드”라는 잠봉(Jambon·햄)이나 소시송(saucisson·소시지), 이탈리아의 살라미 등이 대표적이다. 고기의 특정 부위를 통째로 쓰기도 하지만 보통은 발골 이후에 남은 고기를 섞어서 만든다. 이런 방법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이어진 전통으로, 짐승을 도축할 때 낭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근원이다. 우리로 치면 머리 고기, 족발, 오소리감투, 내장, 귀 등을 버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수육 모음과 유사하다.
전통적으로 종교와 관련된 식단에는 그 나름의 규율이 있어 왔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의 할랄(Halal), 우유나 치즈 같은 산 짐승에게서 나온 음식과 고기처럼 죽은 짐승에게서 얻는 음식을 섞지 않는 유대교의 코셔(Kosher) 등이 대표적이다. 불가(佛家)에도 육식이나 오신채(五辛菜)를 금하고 자연에서 나오는 소박한 재료를 사용하는 원칙이 있다. 또 하나는 음식을 낭비하지 않는 것으로, 이는 발우 공양의 기본이다.
예전 일본의 사찰 음식 전문점에서 식사할 때의 일이다. 야채 색과 질감을 살려 연출한 예쁜 요리들 다음에 뭐가 뭔지 모를 메뉴 하나가 나왔다. 모양도 제각각인 야채를 볶고 녹말가루를 푼 듯한, 전혀 먹음직스럽지 않아 보이는 음식이었다.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더니 오너 셰프 스님이 겸손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한다. “이제까지 예쁘고 맛있는 부위를 드셨으니 이제 다소 맛없고 못난 부분도 남기지 말고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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