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데리고 회의 참석해도 “OK”… 자녀 생일엔 쉽니다

박상현 기자 2024. 1.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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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 낳게 하는 일터] 에코맘코리아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에코맘코리아 사무실에서 엄마 심근영 과장 품에 안긴 유하준군이 ‘함께 키워요’라는 글자를 든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활짝 웃고 있다. 여기에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면 다른 직원 모두 이모·삼촌 역할을 하며 아이를 돌봐준다. /고운호 기자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에코맘코리아’ 사무실. 전 직원이 모이는 월요회의에 참석한 심근영(32) 과장의 무릎 위에 아들 하준(3)군이 앉아 있었다. 아이를 부모님 댁에 맡기기 어려운 사정이 생겨 회사에 데리고 온 것이다. 직원들이 주간 일정을 브리핑하는 동안 아이는 테이블에 둔 블록 장난감을 쌓고 무너뜨리며 놀았다. 심 과장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와 함께 출근했다는 걸 모든 직원이 이해하고, 아이가 있는 동안 모두가 이모·삼촌 역할을 하면서 함께 돌봐준다”고 했다.

에코맘코리아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2009년 설립된 환경 NGO(비정부기구)다. UNEP(유엔환경계획)와 함께 매년 UN청소년환경총회를 여는 등 한 해 세계 3만명의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방배동에 방배숲환경도서관도 열었다. 비록 전 직원이 30명인 작은 조직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관인 만큼 아이 친화적인 사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매우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우리 같은 작은 조직에선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출산과 아이 돌봄으로 그만두는 사람이 없도록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에코맘코리아는 탄력근무제와 함께 ‘30분 조기 퇴근 제도’를 운영한다. 출근 시간을 오전 8~10시 사이에 각자 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업무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면 30분 일찍 퇴근해도 된다. 어린이집 하원을 챙겨야 하는 직원들은 보통 오전 8시에 출근했다가 오후 4시 30분쯤 퇴근하고, 초등학교에 자녀를 등교시키는 직원들은 오전 10시에 사무실로 나왔다가 오후 6시 30분에 퇴근한다. 방학 기간이나 아이를 맡길 수 없는 날엔 회사에 데리고 와도 된다. 자녀와 함께 출근하는 날엔 엄마·아빠가 어떻게 일하는지 볼 수 있도록 아이를 회의에도 함께 참여시킨다.

여기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미취학 자녀를 둔 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우리 아이 1등 하원의 날’을 쓸 수 있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그날은 첫 번째로 하원할 수 있도록 해당 직원을 오후 3시에 퇴근시켜 주는 제도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은 정규 교육시간이 끝난 뒤에도 연장 보육을 받으면서 엄마·아빠를 늦게까지 기다리기 일쑤인데, 한 달에 한 번은 아이가 가장 먼저 하원하는 기쁨을 누리도록 엄마·아빠의 조기 퇴근을 보장해준 것이다. 이뿐 아니라 자녀가 생일을 맞은 날에는 ‘생일 휴가’도 쓸 수 있도록 했다.

에코맘코리아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들을 보살피는 ‘온보딩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휴직으로 장기간 업무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던 만큼 떨어진 업무 감각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하지원 대표는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직원들이 ‘더 이상 내가 조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 때 퇴사를 결심한다는 통계조사 결과를 보고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복귀자에겐 당장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되는 프로젝트나 아예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맡겨 천천히 업무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내 문화는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직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올해 2세를 계획 중인 김다빈(33) 과장은 “친구들을 보면 아직까지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인데, 우리 기관은 남녀 상관없이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 주변에서 부러워한다”며 “아이를 낳아도 부담 없이 일할 수 있는 문화 덕분에 젊은 기혼 직원 대부분이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전혜린(29) 대리도 “출산 고민이 많았는데 동료들을 보면서 오히려 아이 낳을 결심이 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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