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나무도 ‘木숨’ 있는 생명체
민물에도 섬이 있다. 여주 남한강 기슭에 위치한 강천섬이 그렇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오는 섬강이 지척이다. 몇 걸음 더 옮기면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도 만날 수 있다. 수도권 시민들이 자주 찾는다.
그런 곳에서 최근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여주시가 수천만원을 들여 강천섬 내 10~20년 된 느티나무와 아까시나무 수백 그루를 벌목(본보 17일자 10면)해서다. 나무 베어내기가 시작된 건 지난해 9월부터다. 이후 벌목된 나무들은 강 기슭에 버려진 채 방치되고 있다. 강천섬과 연결된 강천리와 굴암리 바위늪구비부터 굴암교까지 남한강변에는 직경 20㎝ 이상 되는 나무들이 밑동이 잘린 채 수십t 쌓여 있다.
강천섬은 57만1천㎡에 잔디광장 등이 조성돼 여주 주민은 물론 자전거 이용객들의 놀이터로 주목받는 관광명소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 발단은 지난해 수해 때 굴암교 쪽과 남한강 본류의 많은 나무가 전도돼 비닐 등 각종 쓰레기가 걸리면서 흉물인 데다 강물 흐름을 막는다는 민원 때문이라고 한다.
여주시는 공개입찰로 4천554만5천원에 A업체를 선정해 벌목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시는 이 과정에서 벌목업체에 선별적으로 베어내도록 하는 지침을 알리지 않아 수십년 된 느티나무 등도 모두 베어 버렸다.
A업체가 마치 군사작전을 벌이듯 강천섬 둘레의 고목들을 무분별하게 벌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보존해야 할 수형이 좋은 나무를 왜 한꺼번에 살처분하듯 모조리 잘라냈는지 모르겠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벌목 전문가들도 “사회적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탄소흡수 기능유지 등 생태계 보호와 친환경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벌채구역의 10% 이상을 남겨둔다”고 지적했다.
무릇 나무도 ‘목숨’이 있는 생명체다. 뜬금없는 얘기겠지만 말이다. 도대체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나무들의 고귀한 생을 송두리째 빼앗는가.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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