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오해가 많다”는 퇴임 공수처장
3년 임기를 마치고 오는 19일 퇴임하는 김진욱 공수처장은 억울한 게 많은 듯했다. 김 처장은 지난 16일 마지막 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에서는 공수처의 공(功)은 없다고 보는 것 같다”라며 “공에 대해 쓰시는 분은 거의 없는데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했다. 김 처장은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오해가 많다. 내부 사정을 잘 모르시지 않느냐”고도 했다. 공수처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한 일종의 ‘원망’으로 들렸다.
공수처는 지난 3년간 각종 논란을 자초해 왔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고발 사주 의혹’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다가 혐의 입증에 실패해 ‘정치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 친문(親文) 검사인 이성윤 검사장의 ‘황제 조사’에 이어 공수처에 비판적 보도를 했던 기자 등에 대한 통신 조회를 남발해 ‘편향성’을 드러냈다. 김 처장은 권한에도 없는 후임 공수처장 추천을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상의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논란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지만, 수사 성과랄 건 없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해 기소한 사건이 3건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2건이 1심 또는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나머지 1건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구속영장을 총 5차례 청구했는데 법원에서 모두 기각당했다.
김 처장은 이런 공수처의 현실을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했어야 한다. 하지만 김 처장은 “사건 한두 건 하는 것보다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물적·규범적·시스템적 기반을 만들었다”고 자평하면서 “구구하게 말하기는 그렇지만 오해가 많았고 나중에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 처장은 연 200억원 세금을 쓰는 수사기관의 수장으로 3년이나 있었다. 김 처장과 함께 공수처 문을 연 1기 검사 13명 가운데 11명이 임기 만료도 전에 사표를 내고 떠날 동안 아무런 쇄신도 하지 않았다.
김 처장의 말을 들으면서 공수처법 처리로 난장판이 된 2019년 국회가 떠올랐다. 당시 문재인 정권은 공수처가 마치 검찰 개혁의 꽃인 듯이 선전하고 공수처만 만들면 공정과 정의가 세워질 것처럼 행세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통과시킨다고 소수 정당과 야합하면서 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밀어붙이면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공수처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었나.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김 처장은 19일 비공개 퇴임식을 끝으로 공수처를 떠난다. 공수처는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언론에 공개하지 못하는 기관장 퇴임식은 본 적이 없다. 김 처장 말대로 공수처의 공이 분명히 있다면 비공개로 퇴임식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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