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혁신을 위한 배타적 사업권의 보장

임진(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前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

배타적 사업권은 특정 기술,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나타낸다. 이러한 독점적 권리를 보유한 기업은 해당 시장에서 경쟁업체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따라서 배타적 사업권은 본질적으로 경쟁을 저해하는 성격을 갖는다. 그래서 경쟁은 혁신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은 배타적 사업권을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간주하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배타적 사업권이 로비에 의해 주어지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실제로 2017년 유럽의 4800개 기업을 분석한 유럽중앙은행의 연구결과에서도 경쟁도가 낮은 산업일수록 기업이 로비활동에 더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로비활동을 많이 하는 기업일수록 생산성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그렇다면 배타적 사업권과 혁신은 서로 상충되는 관계에 있는가. 그렇지 않다. 노트르담 법과대학 스테파니아 교수에 따르면 발명에 부여된 최초 배타적 사업권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공화국이 1416년 무라노(Murano) 유리제조에 부여한 특허권이다. 무라노는 이탈리아 유리예술의 중심지로 알려진 섬이다. 13세기부터 전해 내려온 중세 유리제조 기술을 기밀로 보호하기 위해 무라노 섬에서 태어난 사람은 함부로 그 섬을 떠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도한 조치는 그 폐쇄성으로 인해 다른 지역의 유리제조 기술들과의 융합을 저해했고 주요 소비시장인 프랑스와 스페인으로부터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우려한 베네치아 공화국은 무라노 유리에 대해 기밀을 해제하는 동시에 특허를 부여했다. 그후 무라노 유리제조사들은 다양한 기술적 혁신과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해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처럼 배타적 사업권은 혁신에 중요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배타적 사업권의 보장은 혁신가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일정기간 혁신을 통해 독점적인 수익을 누릴 수 있게 함으로써 혁신가는 혁신을 시도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권리는 혁신이 성공한 이후 혁신가가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혁신에 부여되는 배타적 사업권은 발명자로 하여금 기술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므로 다른 기업이나 개인들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추가적인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

혁신은 모방이나 미미한 개선과는 다르다.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소요된다.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혁신가들의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혁신은 스스로 일어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가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을 이뤄나가려면 혁신가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물론 배타적 사업권이 지나치게 강해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열린 경쟁이 부족하면 시장의 다양성과 혁신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의 배타적 권리를 통해 기업과 개인이 혁신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과 동시에 적절한 경쟁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前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