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오래된 새것
모든 것은 변한다. 몸도 변하고 마음도 변하며 세상도 변한다. 지구도 변하고 태양도 변하며 은하도 변한다.
우주는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없고 관측 가능한 우주에만 수조 개의 은하가 있고 그 은하들은 각각 수천억에서 수조 개의 태양을 품고 있다. 이 터무니없이 넓은 우주에서 그 무엇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인류는 이 모든 변화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찾으려 애써왔다. 초월적인 존재인 신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 변화 속에서 법칙과 질서를 찾아왔다. 물리학자들은 우주 어디서든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물리법칙을 연구하고 돈의 흐름을 예측하는 경제학, 심리의 변화를 연구하는 심리학 등 학문이라는 것은 대부분 변화에 대한 고민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법칙이다'라는 말이 있듯 변화는 필연이다.
이런 변화의 고통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극락과 천국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세상을 하직하면 그곳에 가겠노라며 기도한다. 하지만 선불교에서는 극락정토라는 곳은 바로 그대의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한다. 옛날 한 스님에게 거사가 찾아와 "스님 지옥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스님은 "너 같은 어리석은 놈에게 일러줄 말이 없다. 썩 꺼져라"고 호통을 쳤다. 그 거사가 당황하고 흥분해 부들부들 떨자 스님이 "바로 그것이 지옥이다" 하는 것이다. 그 말에 거사가 알아차리고 "하하하! 제가 스님께 당했습니다" 하며 웃으니 "바로 그것이 극락이다"라고 했다.
완전한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나의 어떤 상태가 완벽한 상태일까. 지금 한번 관조해본다. 묵묵히 보다 보면 시끄러운 마음이 고요해진다. 그렇게 불완전하고 불만 가득한 세상은 잠깐의 침묵과 관조를 통해 완전해진다. 그렇다고 침묵과 관조로만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침묵과 관조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편견 없이 판단하게 한다.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니 고등교육을 마치더라도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세파에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요즘 심리학자들이 마음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해가 밝았지만 새롭지 않다고 느낀다면 모든 환경과 처지, 조건을 내려놓고 고요히 관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그 옛날 혜능이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 먼지가 앉겠는가" 했듯이 마음은 그 무엇도 머물지 못한다. 그 어떤 기쁨이나 고뇌도 본래 머물지 못한다. 1주일 전 우리가 무슨 고민을 했는지 기억하기 힘들 듯 애써 붙잡지만 않는다면 그 무엇도 머물지 못한다.
마음은 본래 고요하며 투명하다. 그것이 마음의 본성이며 고향이다. 한 스님이 내 뒤로 와서는 "어디에서 온 물건인가" 하고 묻기에 나는 마루를 발로 쾅 굴렸다. 어디에서 어떤 사연으로 왔든 지금 여기 있을 뿐이다. 숱한 사연과 인과 속에 복잡하지만 바로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다. 과거의 허울을 벗고 미래의 불안감을 쉬어 지금 여기 온전히 숨 쉬고 있는 존재가 돼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걸음을 걸어간다면 명실상부한 새해가 되지 않겠는가. 현대인들은 세상의 화려한 재화와 삶들에 정신이 팔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스스로 불행해진다. 그 속에서 갈등하고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너무 많다. 선사는 말한다. "내려놓아라." 왜 자꾸 내려놓으라만 하십니까. "내려놓기 싫으면 계속 들고 있어라" 한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들고 내려놓는 것이 자유롭다. 필요할 때 들고 때 되면 미련 없이 내려놓는다. 나이가 팔십이 넘어도 조그마한 일에 어린아이처럼 분노하는 사람도 있다. 탐욕과 분노에 코가 꿰어 끌려다니며 살다 보면 그렇게 된다. 어른으로 존중받으려면 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갖춰야 한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어디서든 능력을 발휘한다. 새해에는 스스로 온전해지길 발원한다.
혜원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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