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중 2대가 한국 국적” 소련의 민항기 격추.. KAL-902편 사건 재조명 (‘꼬꼬무’) [종합]

김태형 2024. 1. 1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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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지난 1978년 KAL-902편 격추사건이 재조명됐다.

1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는 ‘격추의 시대-1978 어느 생존자의 기억’ 편이 전파를 탔다. 이야기 친구로 모델 송해나, LG트윈스 MVP 오지환, 배우 곽시양이 출연했다.

KAL-902편 비행기는 1978년 4월 20일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출발, 중간 경유지인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 국제공항을 거쳐 대한민국 김포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당시 승객은 97명, 승무원은 12으로 총 109명이 탑승해 있었다. 그중에는 박춘길 씨 가족도 있었다.

2살 아들 동욱이는 장거리 비행이 낯선지 칭얼대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들을 달래려 창 밖을 보여줬다.

그 순간 이들의 시야로 낯선 비행기가 창밖에 있는 것이 포착됐다. 처음에는 끝이 뾰족한 콩코드 여객기로 보였으나 그것은 곧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신기해하는 승객들과는 달리 조종실은 초비상이었다. 땅에도 길이 있듯이 하늘에도 정해진 항로가 있어 비행 중 다른 비행기를 보기란 극히 드문 확률이었다. 당시 김창규 기장은 의문의 비행체에 교신을 시도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고도를 낮췄는데 그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기체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낯선 비행기의 정체는 바로 소련 요격기였던 것.

소련 요격기는 민항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에 맞은 KAL-902편의 왼쪽 날개 끝부분이 잘려 나갔고 엔진까지 꺼지고 말았다.

김창규 기장은 더 이상의 비행은 무리라고 판단해 비상착륙을 하기로 결정했다. 몇 번의 착륙 시도 끝에 KAL-902편은 소련 코르피야르비 호수에 불시착했다. 기적적으로 비상착륙에 성공했지만 승객 109명 중 일본인과 한국인 승객 총 2명이 사망했다.

KAL-902편은 왼쪽 날개가 2미터 가량 잘려나갔고, 기체에는 200개가 넘는 구멍이 발생했다. 생존자들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총을 든 소련 군인들을 맞닥뜨렸다.

1978년 당시에는 한국과 소련이 수교를 맺지 않은 상태였다. 협상은커녕 연락도 할 수 없었던 상황, 생존자들은 켐이라는 마을로 이송됐다. 김창규 기장과 항법사는 미국의 스파이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며 소련군의 강도 높은 심문을 받아야 했다.

켐 지역 주민들은 낯선 외부인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먹을 것을 제공했다. KAL-902편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어 모두 송환됐다. 하지만 김창규 기장과 항법사는 남아 추가 조사를 받은 후 뒤늦게 귀국할 수 있었다.





한국은 소련에 격추된 KAL-902편의 잔해를 반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83년, KAL-007편 격추 사건이라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소련 측은 소련 영공에 잘못 들어선 KAL-007편을 가차없이 격추시켜 탑승자 269명이 전원 사망했다.

유가족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 찼다. 소련에 진상 규명과 사과를 요구했으나 소련 측은 902편과 007편 모두 민항기로 위장한 정찰기라고 주장하며 격추는 정당한 행위였다는 입장을 보였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출처 | SBS


심지어 소련 조종사는 민항기인 걸 알고도 격추했다는 인터뷰를 했다고 밝혀져 분노를 샀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기 전까지 격추한 민항기는 총 9대로, 그중 2대가 한국 국적 비행기였다.

KAL-007편 격추 사건 이후 영공을 침범했다 하더라도 민항기를 격추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제 민간 항공 협정이 개정됐다. 또한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된 GPS가 민간에도 사용이 허가되는 계기가 됐다고.

법안이 마련되고 항로 시스템도 개선됐지만 사건이 일어난 후에 변화가 찾아왔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안겼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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