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세르비아 부정선거 의혹…"EU 조사" 요구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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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 세르비아에서 지난달 17일 치러진 총선과 지방선거의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날에는 유럽의회 의원들이 세르비아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국제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EU 차원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선다면 세르비아 정부를 더욱 러시아에 밀착하도록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EU로선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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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발칸반도 세르비아에서 지난달 17일 치러진 총선과 지방선거의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은 유럽의 고위급 정치인 20명 이상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 등 EU 최고위층에 보낸 서한을 입수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는 EU가 세르비아의 모든 선거 부정과 사기 혐의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세르비아에서 새로운 선거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공통된 목표는 10년 안에 세르비아가 EU의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한에 서명한 정치인은 미하엘 로스 독일 연방의회 외무위원회 위원장, 장-루이 부를랑쥬 프랑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 총 24명이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들 대부분이 자국 의회의 외교 또는 유럽 담당 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룩셈부르크 등 EU 회원국은 물론 우크라이나, 몰도바, 영국 등 비회원국도 서명에 참여했다.
전날에는 유럽의회 의원들이 세르비아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국제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일부 의원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세르비아의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EU 회원국에 요구했다.
세르비아는 지난달 17일 총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경제난과 지난해 5월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조기 총선을 승부수로 던졌다.
개표 결과 부치치 대통령이 이끄는 세르비아혁신당(SNS)이 48.06%를 득표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야권 연합 '폭력에 반대하는 세르비아'는 24.32%에 그쳤다.
야권은 집권당이 선거 과정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세르비아계 보스니아인들이 집권당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투표했다는 목격담이 퍼지면서 부정선거 의혹이 커졌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구성한 국제선거감시단도 투표 과정에서 표 매수와 투표용지 조작 등 일련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세르비아 선거감시단체 CRTA는 집권당이 동원한 '가짜 유권자'가 박빙으로 전개된 베오그라드 지방선거 결과를 크게 좌우했다고 밝혔다.
야권은 선거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부터 연일 시위를 이어가며 부정선거 의혹을 규탄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시위대가 베오그라드 시의회 창문을 부수고 진입하려다가 경찰에 저지당하면서 38명이 체포됐다.
부치치 대통령이 사법부와 언론을 장악한 상황에서 세르비아 야권은 국제조사단에 의뢰해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부치치 대통령은 "세르비아의 선거는 (세르비아) 국가 기관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이런 요구를 일축했다.
EU는 딜레마에 빠졌다. 세르비아가 친러시아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EU 가입을 추진하는 등 친서방 노선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차원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선다면 세르비아 정부를 더욱 러시아에 밀착하도록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EU로선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치치 대통령은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선거 무효화를 주장하는 시위대에 대해 외세의 도움을 받아 정부를 전복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해왔다. 러시아 역시 서방이 반정부 시위를 조장하고 있다며 부치치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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