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주목하기 시작한 美 언론, 여전히 매력적인 '가성비 톱 왼손 선발 투수'로 조명
MLB닷컴, 저평가된 FA 선발 투수로 소개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조금씩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상할 정도로 소식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아직 순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FA 선발 투수 중 A급으로 분류되는 블레이크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의 새 둥지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구단들의 치열한 눈치 싸움 속에 류현진의 가치가 묻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서서히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성비'가 뛰어난 베테랑 선발 투수로 주목도를 올리고 있다. 37살의 많은 나이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 후 두 차례 수술 이력도 류현진의 발목을 잡지 못한다. 그만큼 안정적인 선발 투수로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물론 '건강하다면'이라는 가정이 붙는다.
18일(한국 시각) MLB닷컴은 FA 선발 투수들 가운데 부상 이력 등이 있지만 올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일 선수들을 선정해 소개했다. 류현진을 가장 위에 올려놓았다. 왼손 투수 제임스 팩스턴, 오른손 투수 마이클 로렌젠, 제이크 유니스, 카를로스 카라스코와 함께 류현진을 '저평가된 FA 베테랑 선발 투수들' 5인 명단에 포함했다.
'숨은 보석'이라는 표현을 썼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류현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숨은' 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가치가 여전히 묻혀 있기 때문이다. 부상 이력과 구위 저하 등으로 류현진의 진가가 가려졌다고 진단한 셈이다. '건강하다면 2024년에도 좋은 선발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는 평가도 의미심장하다.
지난 시즌 류현진은 극적으로 부활했다. 두 번째 수술대에 오른 뒤 14개월 동안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끝났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뚝심을 발휘해 서서히 일어섰다. 1년 2개월의 재활 기간을 거쳐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왔고, 가을잔치 진출을 위해 힘겹게 순위 싸움을 벌이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큰 힘을 보탰다. 5선발 자리를 꿰차고 11경기에서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찍었다.
부상 후유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구위와 구속 저하는 많아진 나이와 긴 공백으로 나온 부분이라고 봐야 옳다. 어쩔 수 없이 보여야하는 약점을 관록으로 지웠다. 특유의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상대와 수 싸움을 잘 벌였고, 커브의 각을 더 가다듬어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여기에 전성기 못지않은 포심패스트볼 커맨드로 탄성을 자아냈다. 부활 찬가를 불렀다.
MLB닷컴은 류현진을 평가하면서 좋은 선발 투수로 성공할 수 있는 '도구'를 가졌다고 표현했다. 불 같은 광속구와 마구처럼 휘는 변화구 등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풍부한 경험과 힘 있는 타자에게도 밀리지 않는 공 배합, 그리고 자신의 공을 믿고 던지는 강심장까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류현진만의 무언가를 '도구'라고 판단한 듯하다. 구위와 구속이 확연히 떨어진 30대 후반 왼손 투수지만 마운드에서 젊은 타자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노하우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미국 언론들이 류현진의 가치와 계약 가능성을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조명하기 시작했다. 뭔가 모르게 불안하지만, 분명히 좋은 선발 투수가 될 수 있고, 가성비 또한 뛰어난 베테랑 왼손 선발 투수. 류현진의 시간이 열리고 있다.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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