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비핵화 위해 핵보유” 美에 요구해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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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비핵화를 위한 핵보유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미국에 얘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가 말한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 핵보유는 한국의 핵보유다.
김정은은 수개월씩 바닷속에서 이동한 핵잠이 불쑥 미국 앞바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핵보유가 일본 대만의 핵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이용해 트럼프를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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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때문에 한국 잃게 생겼다” 설득 구상 있나
17일 만난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 핵보유는 한국의 핵보유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차원에선 서로 모순되는 말처럼 보이지만 그는 이를 위해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국가정보원 산하 싱크탱크다. 유 이사장은 국정원에서 대북 정보 업무만 26년을 한 자타 공인 북한 전문가다.
그가 가정한 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다. 지금 이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가 북핵 동결, 즉 핵보유국 인정을 제재 완화 및 북-미 관계 정상화와 맞바꾸는 직거래를 시작하려 할 때다. 이 가능성 역시 높다. 제재로 인한 경제난을 벗어나려는 김정은과 한반도 문제에서 발을 빼고 싶은 트럼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모든 말과 행보는 트럼프에게 맞춰져 있다. 김정은은 미 대선까지 도발 강도를 높일 것이다. 트럼프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이뤄질 것이다. 북한의 대미 위협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고 미국인들이 느끼게 하려는 게 김정은의 의도다. 트럼프는 “봐라, 바이든의 실책 때문에 상황이 엉망이 되고 있다. 미국은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 내가 집권하면 김정은과 잘 얘기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김정은은 11월쯤 되면 “정말 큰일 났다. 트럼프가 대통령 안 되면 워싱턴 뉴욕이 공격받을 수도 있다”는 미국인의 불안을 자극할 대형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진짜 두려워할 게임체인저는 핵추진전략잠수함 개발이다. 김정은은 수개월씩 바닷속에서 이동한 핵잠이 불쑥 미국 앞바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술을 러시아가 북한에 전수할 수 있기에 미국이 북-러 군사협력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이다 .
트럼프 집권이 현실화되면 트럼프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미 본토 타격은 막자”는 여론을 김정은과 담판의 명분으로 삼을 것이다. 김정은은 그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SLBM은 포기할 테니 전술핵무기는 인정해 달라”며 핵군축 협상 요구를 할 것이다. 거래가 잘된다면 북-미 관계 정상화, 제재 해제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가 집권 시절 이미 많이 얘기한 주한미군 철수가 이슈가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비즈니스맨인 트럼프에게 사정해 봐야 안 된다. 한미동맹을 믿을 수 없다면 트럼프가 우리와 거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유 이사장의 생각이다. “북핵을 용인하면 한국도 핵무장할 수밖에 없다. 한시적으로라도 핵을 가져야 핵균형이 이뤄지고 그래야 북한과 핵폐기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핵보유가 일본 대만의 핵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이용해 트럼프를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가까워지는 대신 한국을 중국에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도록 중국과의 관계도 이용할 정도로 대담해야 한다고 유 이사장은 말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이라는 가정의 영역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미 이런 구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본다. 동북아 질서의 판을 우리가 흔들 수도 있다는 대담한 카드까지 갖출 준비를 지금 정부는 하고 있나.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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