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성열]유권자들의 마음을 다른 걸로 잡을 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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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정책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건강보험료 감면 등 유권자들의 귀가 솔깃해질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 유권자들이 이제는 장밋빛 SOC 따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선거이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진짜로 관심을 갖는 건 선심성 정책이나 무분별한 SOC 사업이 아니라 일자리와 복지 등 삶과 직면한 문제라는 것을, 여야와 정부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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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표심을 자극하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계획도 속속 등장했다. 최근 서울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SOC는 ‘도심철도 지하화’ 사업이다. 경인선, 경원선, 경의중앙선 등 서울 곳곳의 지상철을 지하로 넣겠다는 것이다.
지상철 지하화는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단골처럼 내놓았던 공약이다. 철도 주변 지역이 갈수록 낙후되고 있는 데다 소음과 분진 피해가 심각해서다. 지상철이 지역을 단절시킨다는 비판도 많다. 현재 서울에만 약 100km에 달하는 지상철이 도심을 운행 중이다.
철도가 지하로 들어가면 인근 지역은 대대적으로 개선된다. 경의중앙선 일부를 지하화하면서 서울시가 조성한 ‘경의선 숲길’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돈이다. 서울시가 추산한 결과 서울의 지상철을 모두 지하로 넣으려면 40조 원이 든다고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공사비가 급등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부산, 대구, 대전 등 지방 도심의 지상철까지 지하화하려면 60조 원이 넘게 필요하다.
여야는 9일 본회의에서 ‘철도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1월 여야 의원들이 특별법을 발의한 지 2개월 만이다. 특별법은 철도 부지를 민간이 개발토록 허용해 지하화에 필요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했다. SOC 사업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도 면제가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사업으로 국토교통부가 노선 등 기본계획을 마련 중이다. 여야정이 모처럼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선거마다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나면서 치러진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도 그랬다.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밀어붙여 예타를 면제시켜줬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까지 선거 직전 신공항 부지를 직접 방문해 부산 표심을 자극했다. 정부와 여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거에서 완패했다. 가덕도에 10조 원 이상을 쏟아붓고 공항을 조기에 완공시키겠다는 청사진에도 부산 유권자들은 표를 주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시장의 범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민주당 심판론’이 대세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우리 유권자들이 이제는 장밋빛 SOC 따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선거이기도 했다.
도심철도 지하화 사업을 바라보는 서울 유권자 마음도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 SOC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 커뮤니티조차 “그 돈으로 지하철을 더 놓는 게 낫다” “이번엔 안 속는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유권자들이 진짜로 관심을 갖는 건 선심성 정책이나 무분별한 SOC 사업이 아니라 일자리와 복지 등 삶과 직면한 문제라는 것을, 여야와 정부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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