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선 타는 이준석이 ‘제3지대 빅텐트’ 키 쥐고 있다”
4·10 총선을 향한 제3지대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2024년 1월14일 더불어민주당 탈당파들이 만든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한 데 이어, 16일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새로운미래’(가칭)가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20일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만든 개혁신당이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등을 포함한 5개 세력의 대표자들은 행사 때마다 한자리에 모여 ‘제3지대 빅텐트’를 띄우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독자노선 가능성도
제3지대가 실제 빅텐트를 치기까지 가장 큰 난관은 대선주자급인 이낙연 전 총리와 이준석 전 대표의 연대 여부다. 두 사람 모두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최근 이 전 대표의 기류가 조금씩 달라지면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월11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에 대해 “‘엄중 낙연'이라는 본인의 이미지를 바꾸지 않고는 우리와 함께하기 힘들다”며 거리를 뒀다. 14일 미래대연합 창준위 발족식에서는 “텐트를 크게 쳐달라”고 호소한 이 전 총리의 발언 직후 “텐트보다 멋있는, 비도 바람도 막을 수 있는 큰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이처럼 ‘낙-준 연대’가 조금씩 어긋나는 탓에 미래대연합 쪽이 추진하는 ‘설 연휴 전 통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준석 전 대표가 자꾸 삐딱선을 타는 것을 봐서는 설 전 통합은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빅텐트의 1차 시한은 총선에서 정당 기호가 부여되는 2월14일이다. 정당 기호는 의석수에 따라 부여되는데 현재 제3지대에 합류한 현직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한국의희망 대표인 양향자 의원까지 총 4명이다. 2월14일 전까지 일단 이들이 물리적으로 결합을 완료한 뒤 추가로 의원 3명이 합류해야 정의당의 6석을 넘어선 기호 3번을 받을 수 있다.
이 전 대표의 거리두기는 빅텐트 과정에서 주도권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개혁신당의 독자노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1월15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설 연휴 전 통합은) 솔직히 빠르다고 생각한다”며 속도조절에 나선 데 이어, 16일에는 “(이 전 총리와) 대북 문제 등에서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가면 이견이 많이 노출될 것”이라며 통합과 관련해 신중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이 전 대표로서는 막상 통합하게 되면 구체적인 부분에서 충돌이 많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청년들의 지지를 중심으로 동력을 받아 독자적으로 나가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이준석과 류호정이 같은 당이라면?
실제로 제3지대에 있는 5개 세력은 큰 틀에서 ‘양당체제 극복’이라는 목표를 공유하지만 이념과 철학, 비전이 다른데다 지역 기반도 제각각이라 화학적 결합이 쉽지만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제3지대에 모인 사람들이 어떤 비전을 공유한다기보다는 기존에 소속된 당에서 공천을 못 받을 것 같아서 나온 것 아니겠느냐”며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과 정의당 출신 류호정이 같은 당이라고 하면 투표하러 온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게 뭐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원욱 의원(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을 찍으러 갔는데 대구·경북 출신들이 같은 당이면 어떻게 찍어주겠느냐”고 말했다. 제3지대에 모인 5개 세력은 조만간 가치와 비전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지만 협의 과정에서 진통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여러 한계에도 제3지대의 총선 파괴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1월13~14일 전국 성인 1003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냐’는 물음에 이준석 신당은 7.8%, 이낙연 신당은 3.5%를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 교수는 “이낙연 전 총리의 희망대로 50~60석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호남이나 수도권에서 민주당 후보를 떨어뜨리거나, 영남에서 국민의힘 의원을 떨어뜨리는 정도의 영향력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변수는 현직 의원들이 제3지대에 얼마나 더 합류하느냐다. 양당의 공천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공천에서 탈락한 이가 하나둘 제3지대에 모여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천 탈락자 영입이라는 ‘이삭줍기’ 방식만으로는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공천 과정에서 다수 의원이 제3지대로 넘어가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지만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취약점이다.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 모험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이준석 전 대표나 이낙연 전 총리가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는 포지티브한 ‘창업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업의 리더십’과 소명의식 있을까
한국 정치는 그간 양극화 정치로 몸살을 앓았다.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논리 아래, 대화와 타협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정당이 깃발을 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거대 양당에 흡수되는 역사를 밟았다. 이러한 정치 현실을 학습해온 유권자에게 기존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제3지대의 호소는 얼마나 먹혀들 수 있을까.
최 교수는 “다당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역사적인 책명과 사명의식을 가지고 임하는 이들이 모여 총선 전에 탄탄하게 뭉쳐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총선 이후 또다시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키는 이준석 전 대표가 쥐고 있다”며 “아직 젊기 때문에 총선 이후에도 양당에 투항하지 않고 제 길을 갈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아직 그런 역사는 한 번도 없었기에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한겨레> 영상센터 영상취재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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