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자취 감춘 대통령의 ‘즉문즉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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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백악관 남쪽 잔디밭(사우스론)에서 나왔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캠프데이비드로 향하려던 바이든에게 기자가 질문을 하자, 그는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마린원 이착륙장이 있는 사우스론에서는 이같이 기자와 대통령 사이 즉문즉답이 이뤄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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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백악관 남쪽 잔디밭(사우스론)에서 나왔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캠프데이비드로 향하려던 바이든에게 기자가 질문을 하자, 그는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바이든은 미 남부 국경 문제, 우크라이나 지원, 폴란드 정권 교체 등 대여섯 가지 질문을 더 받고 나서야 백악관을 떠날 수 있었다.
전임자 때도 마찬가지였다.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019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받은 질문 14개 중 5개는 한반도 문제와 무관한 사안이었다. 심지어 마스터스 골프대회 우승자를 점쳐 달라는 질문도 있었다. 트럼프는 마다하지 않고 답했다.
기자들은 독자·시청자가 궁금해할 만한 사안을 묻고 대통령은 입장을 밝힌다. 자신을 국정운영 최고책임자 자리에 뽑아준 국민에게 마땅히 해야 할 이 일이 우리에겐 낯선 풍경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 출입하던 시절을 돌아보면, 대통령을 만날 기회 자체가 제한적이고 참모들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파급력이 세다. 정돈되지 않은 발언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외 순방 중이니 외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국내 현안 질문은 삼가 달라”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질문을 통제하려 했다.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는 ‘형평성’을 이유로 고사하면서 해외 순방 때면 현지 매체와 인터뷰하는 것도 관행처럼 굳어졌다. 그러니 우리 대통령의 말을 외신 보도를 빌려 전하는 우스꽝스러운 현상이 빚어진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적어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당선인 시절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했고, 이를 하나의 명분으로 들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겼다.
하지만 출근길 문답이 ‘바이든, 날리면’ 논란을 계기로 자취를 감춘 지가 벌써 1년2개월째다. 다른 기자회견도 취임 100일을 맞은 2022년 8월 이후 열리지 않았다. 요즘 민생 토론회 등에서 대통령 말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해진 주제·준비된 발언·일방향’에 치우친다. 다시, 권력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시대로 회귀했다. 청와대에서 장소만 옮겼을 뿐 용산 역시 구중궁궐이다.
새해가 밝은 지 보름여가 지났다. 대통령은 2년 연속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뛸 모양이다. 대통령이 듣고 싶지 않은 질문, 하고 싶지 않은 말, 아픈 손가락은 과연 무엇인가, 아니 누구인가.
유태영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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