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北의 전쟁 서사는 핵빅딜 노림수
긴밀 외교로 핵위협 무력화해야
북한의 발언이 거칠다. 욕설 수준의 발언수위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적대감의 표현이 지나치다. 지난해 말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더니, ‘영토완정’, 즉 무력 적화통일을 준비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연초의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이 ‘제1의 적대국’이자 ‘철두철미 주적’이라면서 북한 역사에서 통일·화해·동족이란 개념을 아예 없애겠단다. 북한이 우리를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한 이유는 존중이 아니라 적대임이 명확해졌다.
그러면 북한은 왜 연초부터 전쟁 서사를 만들며 전 세계로 선전하고 있을까? 이는 역사에 의한 학습효과이다. 북한은 위기를 최고조로 올릴 때마다 보상의 기회를 얻어왔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에서는 제네바합의를, 2003년 2차 위기에서는 6자회담을, 그리고 2017년 북핵 위기 고조 후에는 트럼프와의 북·미 정상회담을 얻어냈다. 특히 2019년의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은 미국과 핵동결 합의로 실제로는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할 수 있었지만 결국 ‘노 딜’로 끝났다.
2024년 선거의 해가 밝으면서, 북한에게 다시 기회의 창이 열리기 시작했다. 미국 대선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오면 북한은 또다시 ‘하노이 딜’을 시도할 수 있다. 다만 미북회담에 앞서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미 3차례 이상의 위기를 겪었기에 한미 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조차 어지간한 행동으로는 위기를 느끼지 못한다. 높아진 ‘역치’를 흔들려 한다면 사상 최악의 자극이 필요하다. 김정은이 새로운 판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극’은 바로 한반도의 핵전쟁이다.
그래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위기가 높아질 것이다. 북한은 1994년 ‘서울 불바다’보다 더욱 원색적인 발언으로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분열시키려 할 것이다. 어차피 진보나 보수를 모두 한통속으로 보는 북한에게 우리의 4월 총선은 국론분열을 위한 최적의 선전장이다. 그래서 이제는 일상처럼 되어버린 미사일 발사보다 더한 자극을 위해, 북한은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노골적인 재래도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의 대선까지 공포와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 이듬해 미 차기 정권과 빅딜을 이루는 것이 최종목표가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어느 때보다 긴밀히 움직여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트럼프를 포함한 차기 대권주자들과의 협력과 이해를 다져, 미국에 어떠한 차기 정권이 들어서도 섣부른 협상으로 핵위협을 고착화시키는 일만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워싱턴선언이나 캠프데이비드 삼국협력체제에 머무르지 않고, 핵 확장억제의 수준을 핵협의그룹과 상시 전개를 넘어 전술핵 재배치까지 끌어올리도록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북·러 밀착과 한반도 불안정이 내심 불편한 중국을 활용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한국이 필요한 러시아를 압박하는 등 북·중·러 협력의 약한 고리를 흔들어야 한다. 정부의 리더십과 국민적 결기로 북한의 전쟁과 핵위협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