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중진의乙을위한변명]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하다

2024. 1. 1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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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50여년 전 작은 섬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몇 년 후 그는 결국 첫 직장을 그만두고 트럭 운전사의 길로 나섰습니다.

그날도 그는 어김없이 생업 전선에 나섰습니다.

소식을 듣고 바로 전화해 그와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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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50여년 전 작은 섬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시절엔 대부분이 그러했듯 먹고살기가 빠듯했지요. 공부를 무척 잘했지만 대학에 진학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친 그는 실력으로 국내 최고의 기업에 입사했습니다. 덕분에 섬마을에는 처음으로 플래카드까지 걸렸지요.

이젠 고생 끝이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고졸에, 아무런 줄도 백(back)도 없는 그가 대기업에서 미래를 그려내기는 쉽지 않았거든요. 몇 년 후 그는 결국 첫 직장을 그만두고 트럭 운전사의 길로 나섰습니다. 운전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항상 안전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물론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아랑곳하지 않고 육체를 자본으로 삼아야 했거든요.

그날도 그는 어김없이 생업 전선에 나섰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휴게소에 들어섰지요. 운전석 뒷좌석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소주 한 병의 힘을 빌렸습니다.

새벽에 일어난 그는 서둘러 차를 출발시켰습니다. 비까지 추적거렸지요. 수십㎞를 달려 목적지 부근에 다다른 때였습니다. 갑자기 앞차가 급제동을 하였습니다. 그도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추돌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비가 오다 보니 제동거리가 길어진 탓이었지요.

측정 결과 면허정지 수치를 약간 넘어섰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차 운전자가 경미하지만 부상까지 입고 말았습니다. 정지수치에 앞차 운전자의 부상까지 겹치다 보니 생업인 운전면허가 취소될 지경이었습니다. 20년 이상 무사고 운전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 같았습니다.

사연을 듣고 면허취소만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백방으로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실망스러운 결과만을 알려줄 수밖에 없었지요. 그동안 여러 고민을 했던 그는 다른 길을 찾아보겠노라며 의외로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몇 달 후 그에 관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별 기대 없이 이력서를 낸 곳에 좋은 조건으로 취업하였다는 것이었지요. 그동안의 힘겨웠던 삶의 이력이 힘을 발휘한 순간이었지요. 소식을 듣고 바로 전화해 그와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한 곳이다.’ 세상은 아직 을(乙)을 위한 자리를 남겨놓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양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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