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대만식 수작업 개표의 실상

2024. 1. 1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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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에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를 직접 보러 다녀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대만 투개표 과정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특히 수작업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개표제도가 마치 우리 선거의 대안인 것처럼 여겨지는 일에 크게 놀랐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약 대만과 같이 투표소에서 바로 한 장씩 참관자들에게 보여주면서 개표하면 부정선거 시비가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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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에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를 직접 보러 다녀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대만 투개표 과정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특히 수작업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개표제도가 마치 우리 선거의 대안인 것처럼 여겨지는 일에 크게 놀랐다. 최근 한국에서 개표 부정 의혹이 일어 수작업으로 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국정원 등이 합동보안점검 결과로 국제 해킹조직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해킹 수법을 통해 내부망을 해킹하고 사전투표나 개표 결과를 포함한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고 하며 수작업 개표를 병행하겠다는 일도 떠올랐다.

하지만 인터넷 해킹과 개표 결과 시스템 조작 등이 수작업 개표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망이 해킹이 안 되도록 기술적으로 보완하고 개표 시스템도 안전한 내부망에 연결하여 작동시키며 접속 패스워드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정석이다. 이미 한국의 개표 과정은 수많은 개표 요원과 정당 참관인들이 개표 분류기를 거친 표를 수작업으로 교차 검표하고 다시 선거관리위원들이 또 검표하는 등 3중, 4중의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
대만의 개표가 빠르게 끝난 것도 수작업 때문만은 아니다. 대만의 투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실시된다. 오후 4시부터 개표가 시작되니 최종 집계도 훨씬 빠르다. 인구가 약 2400만명에 불과한 대만에는 투표소가 총 1만7795개로, 약 1만4500여개에 불과한 투표소밖에 없는 한국에서는 인구가 약 5000만명이 넘는다. 인구 대비로 이렇게 많은 투표소마다 바로 개표가 이루어지는 대만에서는 개표소까지 이동하는 시간마저 줄인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약 대만과 같이 투표소에서 바로 한 장씩 참관자들에게 보여주면서 개표하면 부정선거 시비가 줄 것인가. 개표소로 이동하면서 시간도 걸리고 투표함 바꿔치기 등 의혹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그 많은 개표소의 집계 과정에서 투개표 요원과 참관인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부정선거의 시비에 노출될 것임이 분명하다. 대만의 투표용지에는 후보도 적으니 큼지막한 기표가 가능하고, 또 이를 참관인이 개표할 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도 한국 실정과 너무 다르다.

내가 방문했던 타이베이의 한 초등학교(대북시 신의구 오흥국민소학)에는 모든 교실마다 한국의 옛 통반 단위로 유권자가 분산되어 투표했다. 대만에서는 공무원들이 온종일 투표와 개표 과정을 관리하는데 그 많은 투표소마다 참관인까지 계산하면 실로 투여된 인력은 엄청나다. 한국은 최근 공무원들과 교사들이 노조를 통하여 선거일에 투개표 절차에 동원하지 못하도록 해서 지금도 엄청난 예산을 들여 학생과 일반인들이 대신 투개표 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식 개표로 상당한 인력과 예산의 추가부담을 감당한다고 해도 또 다른 부정선거 시비를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 해킹과도 무관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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