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르테미스 계획 선언적…실체 없어” 이상률 항우연 원장, R&D 예산 문제 비판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사진)이 미국 주도의 다국적 달 개척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한국의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국내 일부 과학계의 비판에 대해 “정확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우주 관련 투자나 지원 계획이 ‘선언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 원장은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지난 30여년간 우주 개발에 대한 투자나 지원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 (우주 관련) 계획의 특징은 ‘선언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언적이라는 표현의 의미에 대해 이 원장은 “계획이 정말 실행됐는지, 안 됐는지 확인하게 되면 눈에 보이는 것 외에는 실행이 안 된 것이 너무 많다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특정 목표를 이루겠다는 말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실제 실행은 미진해진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한국은) 2017년부터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겠다는 논의를 했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실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2021년 미국 주도의 달 개척 다국적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제도적 근간인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했다. 한국은 당시 10번째 서명국이었다. 현재는 33개국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국내 과학계에서는 한국 정부가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했다고 선언만 해놓고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본의 경우 달 주변을 도는 우주정거장인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에 참여하고, 일본인의 달 착륙을 추진한다는 미국 정부의 계획도 받아냈다.
영국과 호주 등 다른 나라들도 달 개척에 필요한 새로운 장비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할지가 불분명하다.
이 원장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한국 연구·개발(R&D) 예산 제도 특유의 문제 때문으로 분석했다. 선도적으로 어떤 연구를 할지 미리 제안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선제적으로 움직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연구와 관련한) 기획을 누가 할지 등을 미리 정해야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와 관련해 이 원장은 “다음주부터 항우연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우연 내 행정과 연구 전략 조직을 어떻게 우주항공청과 조화시킬지 검토하는 조직이다. 항우연은 국회 논의 끝에 우주항공청 소속이 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현재 항우연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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