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가덕도 동행 기자들에만 현안 입장 밝혀도 되나
21명 기자만 차담회 참석, 다른 기자 취재 접근권은?
李측 "위로 자리…현안 답변 안 하면 그게 언론 통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다음날 흉기테러 현장에 동행한 기자들만 불러 비공개 차담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당시 현장 취재 기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위로의 대화 외에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도 많이 나왔다. 이에 테러 현장에 없던 기자들도 당 대표에 근접 취재 기회를 제공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위로하는 자리이지만 질의를 안 받으면 오히려 언론통제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이 18일 오후 4시50분 경 공개한 '가덕도 취재 동행 기자 비공개 차담회 워딩'을 보면,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5분부터 3시45분까지 100분 동안 국회 본관 당대표 집무실에서 가덕도 현장에 갔던 기자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한민수 대변인, 권혁기 당대표 비서실 정무실장, 김남준 정무부실장이 배석했다. 이날 행사는 사전에 공개 일정으로 공지하지 않은 비공개 일정이다.
워딩 자료를 보면, “당 요청으로 현안 질의 전 피습 관련 사담은 기사화 어렵고, 아래 내용은 기사화 가능하다”는 내용도 나온다. 피습과 관련해 어떤 내용의 사담이 이뤄졌는지, 당의 요청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공개한 워딩 안에는 없다.
이날 워딩에는 주요 현안에 대한 이 대표의 답변이 자세히 들어있다. 100분 동안 많은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쏟아냈는데, 특정 기자들만 초청해 차담회를 가진 것은 다른 기자들에 대한 접근기회를 제한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민주당 출입기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단순히 (테러) 현장에서 벌어진 일만 논의한 게 아니라 전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면 꼭 동행기자만 한정해야 했는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혁기 당대표 비서실 정무실장은 18일 저녁 미디어오늘 질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에서 “테러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들을 위로하는 비공개 차담회 일정이었다”고 밝혔다.
김남준 당대표 정무부실장도 이날 저녁 SNS메신저 답변에서 “이재명 대표가 '자신 뿐 아니라 사고현장에 같이 있던 언론인들도 충격이 컸을 것'이라며 이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갖고 싶다고 제안해 이루어진 자리였다”며 “자신이 직접 피해자이지만 같이 피해를 입었을 언론인들을 위한 마음에서 이루어진 자리”라고 밝혔다.
김 부실장은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의 질의를 받은 것인데, 이때 질의를 받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언론통제일 것”이라며 “오히려 질의를 충분히 받았고, 자리에 없던 언론을 위해 질문과 발언을 모두 공유했다. 추후 언론과의 소통을 지속해 나나겠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자객공천? 언어도단...데스크에 말해달라”
한편 워딩 내용을 보면 이 대표는 '원희룡 전 장관이 이 대표 지역구 바뀌면 따라가겠다고 했다'는 기자 질문에 “왜 저를 왜 따라와요? 이해가 안 된다”고 답했다. 지역구 그대로 나오느냐는 질의에 이 대표는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 그대로 나가지 어디가냐”며 “통상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생각해줘”라고 답했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이 대표는 “그 사람에 대해 내가 평가하고 싶지 않아”라고 답한 뒤 뭔가 말하려다 멈칫 한 뒤 “아니다 말 안 할게요”라고 했다.
'자객 공천 논란' 질의에 이 대표는 “그 질문 나올 것 같아서 내가 미리 생각하고 왔다”며 “자객공천은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금 공천을 했나. 공정하게 경쟁을 붙이는 건데 왜 자객공천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자객공천은 예전에 일본에서 늙은 정치인들 떨구려고 미모의 여성 정치인들을 꽂았을 때 유래된 것이다. 데스크에 말해서 단어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낙연 대표나 원칙과 상식 의원들의 탈당이 있었는데 제3지대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제가 그분들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결국 국민 눈높이가 중요하다. 여의도에 2년 있다보니 판단 결정 기준이 점점 국민으로부터 멀어져간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결정이나 행동이 … 여의도 시각이 가진 이해타산과 국민들 눈으로 봤을 때 지금 정치권에서 하려는 일들이 맞나. 아닌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그런 움직임에 대해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 우리도 거기 한 부분이니까”라고 했다.
공천의 불공정 우려를 두고 이 대표는 “검증위도 진짜 아닌 사람들을 거른 것”이라며 “소위 친명계라 불리는 나랑 가까운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마음 아프나 당대표가 어떻게 할 수 없는게 많다. … 너랑 머니까 공천 안 주고, 가까우니까 공천 준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저열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승리 기준을 묻자 이 대표는 “우선은 원내 1당. 151석”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절박하게 51% 하는 거다. 내 편이냐 니 편이냐는 그 다음 문제다. 전쟁터에서 니가 빵 먹고 내가 밥 먹을래가 중요해? 이기는 게 중요하지”라고 답했다.
586 용퇴론을 묻는 질의에 이 대표는 “운동한 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잘라야 할 이유냐”며 “잘라야 할 586에 대한 정의도 정해진 게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선거제 문제를 두고서는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지 않는데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며 “이해관계가 많이 엇갈려서 어떤게 옳다 나쁘다 할 수 없다. 그만큼 복잡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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