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언제나’ 돌봄서비스… 국내외 벤치마킹 잇따라 [지방기획]
대상 연령·소득·재산기준 과감히 폐지
원포인트 신청 가능하게 ‘돌봄콜’ 운영
취사·청소·수발 등 일상생활 지원부터
병원 동행·안부전화 등 복지 형태 다양
市가 총괄하고 5개 자치구 지원망 구축
본격 시행 9개월 만에 이용자 8891명
민주화운동 ‘광주정신’ 나눔 연대 기반
고령화 시대 ‘대안적 시스템’으로 주목
박미정 광주시의원
12년 연구 토대로 지원조례 대표발의
“오랜 경험·시행착오 망라해 사례관리”
◆광주다움 돌봄 핵심은 “공공 책임”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핵심은 누구나 돌봄이 필요하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령과 소득, 재산기준을 과감히 없애고 누구나 필요한 정도에 따라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신청주의와 선별주의의 단점을 보완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 출발점은 동행정복지센터의 사례관리 담당자다. 이들은 복지정보에서 소외되거나 관계망 단절이 우려되는 초고령 노인과 장애인, 은둔·고립 1인가구 등을 의무적으로 방문해 돌봄 대상자를 발굴한다. 누구나 돌봄을 신청할 수 있는 원포인트 신청창구인 돌봄콜도 운영한다. 이후에는 담당자들이 1:1맞춤 돌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서비스 기관에 일괄 연계한다. 서비스를 의뢰받은 민간기관은 전문적 돌봄 서비스를 한다.
광주시는 지난해 1월부터 이 같은 통합돌봄 시스템 구축에 나서 석 달 후인 4월 1일부터 서비스에 들어갔다. 시행 9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말 현재 8891명에게 1만1028건의 서비스를 지원했다. 현장방문은 2만3249건에 달한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특징은 공공이 책임지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는 조례제정과 운영지침 등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총괄하고 5개 자치구는 서비스 지원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각각 맡았다. 자치구는 조직개편을 통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사례관리 담당자를 배치했다. 일선 동행정복지센터는 직접 현장에서 사례관리를 실행하고 사후 평가 관리를 한다.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가 확충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광주시는 돌봄 이용 대상과 종류, 이용시간을 확대해 누구나 언제나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신설된 7대 서비스는 일상생활지원(취사·청소·수발)과 식사지원(영양식), 동행지원(병원·관공서), 건강지원(의사 방문진료), 안전지원(안부전화), 주거편의(집수리·대청소), 일시보호 등이다.
◆광주 나눔정신이 뿌리… 벤치마킹 잇따라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는 국내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지방정부연합과 세계대도시연합(Metropolis), 광저우시(세계대도시연합 공동회장도시)가 공동 주관한 제6회 국제도시혁신상에서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최고상을 수상했다. 국제적인 권위와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도시혁신상에는 세계 54개국 193개 도시 330개의 우수정책 중 5개 정책이 최고상에 올랐다.
현재 돌봄체계가 갖고 있는 한계를 광주시가 도시 공동체의 협업을 통해 극복해 나간 혁신과정과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대안적 돌봄시스템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뿌리는 나눔이라는 5·18민주화운동의 광주정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광주는 도시이름 뒤에 ‘정신’(spirit)이란 단어가 붙는 대한민국 유일한 도시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서로를 돌보는 연대의 정신으로 도시를 지킨 특별한 역사와 이런 광주정신 속에서 광주다움 통합돌봄이 나왔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달 중국 광저우 월수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세계시장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서 광주만의 돌봄 정책 배경과 5·18민주화운동에 뿌리를 둔 민주도시의 포용성을 강조했다. 강 시장은 또 민선 8기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혁신성과 도시안전망, 공동체 구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해 역설했다.
강 시장은 “광주시를 비롯한 세계 도시는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돌봄 수요와 1인 가구 증가, 경제적 양극화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대안은 돌봄에 있고 돌봄은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지원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적 책임인 만큼 정부의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미정 광주시의원 “현장 맞춤 설계 … 기존 돌봄 사각지대 해소”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나, 언제든지 받을 수 있어요.”
복지전문가인 박 의원이 제정한 이 조례에는 지난 12년간의 연구가 담겨 있다. 박 의원은 2010∼2011년 2년간 경기도 돌봄센터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돌봄사례관리를 연구하고 논문을 냈다. 2014년에는 서울시에서 찾아가는 동서비스 시범사업을 했다. 박 의원은 “이런 경험과 시행착오를 망라해 구체적인 사례관리를 할 수 있도록 조례에 그 내용을 담았다”며 “12년간의 연구 결과와 분석 자료가 조례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현장을 돌며 발품을 팔아 만든 이 조례는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 조례는 한국지방자치학회 우수 조례 대상과 한국거버넌스센터와 행정안전부 우수상 등 한국을 대표하는 혁신정책으로 주목받았다. 제15회 2023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통합돌봄 벤치마킹을 하려는 지자체에 대해 박 의원은 “통합돌봄은 현장 맞춤 설계가 특징이기 때문에 중앙정부 지침에 따른 획일화한 제도와 정책으로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할 수 없다”며 “복지서비스의 사례를 데이터화하고 다양한 사례관리를 통한 전문가와 소통하면서 지역만의 돌봄서비스를 발굴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계 도시가 통합돌봄에 관심을 갖게 된 것과 관련해 박 의원은 “경쟁과 속도의 압축성장 대안으로 돌봄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데다 서로가 서로를 살피고 돌보는 공동체를 회복하고 서로에 대한 관계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닌가 본다”고 설명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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