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무장괴한 방송국 난입’ 수사 검사 피살

대낮 자가용서 총에 맞아…전날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

에콰도르 경찰이 최대 도시 과야킬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발생한 방송사 난입사건을 수사하다 17일 무장 괴한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세사르 수아레스 검사의 자동차를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극심한 폭력 사태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에콰도르에서 무장 괴한들의 방송사 난입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가 대낮에 거리 한복판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에콰도르 매체 엘우니베르소 등에 따르면 17일 오후(현지시간) 세사르 수아레스 검사는 과야킬에서 자신의 차량을 타고 이동하다 괴한들의 총격을 받았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온 뒤 차를 타고 법원으로 향하던 길을 낯선 차가 바짝 뒤쫓았고, 해당 차량에 타고 있던 괴한 중 한 명이 그의 차를 겨냥해 총을 발사했다. 수아레스 검사는 차 안에서 총을 맞아 즉사했고, 차량에서 20발 넘는 총격 흔적이 발견됐다.

수아레스 검사는 지난 9일 과야킬에 있는 TC텔레비시온 방송사의 생방송 도중 괴한들이 난입해 방송 진행자와 직원들을 무기로 위협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 사건을 수사해왔다. 당국은 이 일로 체포된 13명이 범죄조직 ‘로스 티게로네스’ 소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위험한 범죄조직을 수사하는 업무를 맡았는데도 수아레스 검사 주변에는 경호인력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는 숨지기 바로 전날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엘파이스에 “그가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수아레스 검사는 그간 각종 중대 범죄와 대형 부패 사건을 담당하며 대중적인 명성을 얻었고, 청렴하고 용기 있는 검사라는 평판을 받았다.

사건 현장 인근 지역에서는 차량 화재 사건이 보고됐는데, 수사당국은 용의자들이 수아레스 검사를 살해할 때 이용한 차량을 불태워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한 무리의 남성들이 고의로 차에 불을 지른 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디아나 살라자르 검찰총장은 “범죄자들을 반드시 찾아내 엄벌하겠다”면서 사법당국에 검사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재판을 원격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요구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