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5% 뱉으면서까지 '사우디 탈출'...前 리버풀 주장, 아약스와 계약 예정→2026년 6월까지
반 시즌 만에 유럽 복귀
연봉 75% 삭감 조건까지 감수
[포포투=김아인]
조던 헨더슨의 유럽 복귀가 임박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18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아약스와 헨더슨이 계약할 것이다. 그는 영국에서 암스테르담으로 향할 예정이다. 메디컬 테스트와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계약은 2026년 6월까지고, 연장 조항은 없다. 2년 반의 기간이 보장됐다”고 소식을 전했다.
앞서 로마노 기자는 헨더슨의 아약스행이 임박했음을 전달했다. 이적이 거의 확실해졌을 때 사용하는 자신의 시그니처 멘트인 “Here We Go” 멘트도 함께 덧붙였다.
사우디 탈출을 위해 연봉 삭감까지 감수했다. 영국 매체 '토크 스포츠'는 18일 "헨더슨은 아약스로 이적하면서 연봉의 75%를 자진해서 삭감했다. 알 에티파크에게 추가적인 위약금을 물 수도 있다. 아약스가 유럽축구연맹(UEFA) 대항전에 진출한다면 알 에티파크에 지불되는 보너스는 헨더슨이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 이런 조건으로 헨더슨이 알 에티파크를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쭉 리버풀에서 뛰던 조던 헨더슨은 리버풀에 충성도가 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PL) 우승에도 기여했다. 지난 시즌에는 42경기에 출장하며 다소 폼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여전히 리버풀에서의 존재감은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의 알 이티파크가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감독으로 부임한 스티븐 제라드 감독의 제안도 있었다. 당시 알 이티파크는 헨더슨의 연봉의 4배 가까이 되는 금액을 제시했으며, 계약 기간은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2년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여름 헨더슨은 1200만 파운드(약 197억원)에 추가옵션을 더한 금액으로 사우디로 향했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은퇴할 시기가 아님에도 돈만 보고 간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또 과거 성소수자를 적극 지지한다던 행보에 비해 동성애를 불법으로 강력하게 삼고 있는 사우디행을 선택한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헨더슨은 인터뷰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호소했지만, 팬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경기 도중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경기에 출전했던 헨더슨이 그라운드를 빠져 나갈 때, 경기장에는 야유가 쏟아졌다. 교체 당시 잉글랜드는 4장의 교체카드를 한꺼번에 사용했다. 잭 그릴리쉬, 코너 갤러거, 피카요 토모리가 나갈 때와 다르게 관중들은 헨더슨에게 “우~”하는 함성을 보냈다. 헨더슨은 관중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지만,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헨더슨은 "팬들이 야유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나는 잉글랜드를 위해 뛰는 것을 사랑한다. 여전히 가능한 오랫동안 잉글랜드를 위해 뛰고 싶고,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내가 다른 나라를 위해 뛰어서 야유를 한다면 그건 납득할 수 있다. 사우디로 이적한 이유에 대해 이미 설명했었다. 나를 믿을지 말지는 각자의 몫이다. 물론 실망스럽지만, 나는 계속 뛰고 싸우고, 팀이 성공할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다. 그들을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잉글랜드를 이끌고 있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헨더슨을 감쌌다. 그는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그는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79경기에 출전한 선수다. 그의 헌신과 그가 잉글랜드를 위해 보여준 성과는 특별하다. 경기에서 헨더슨이 갖는 영향력이 컸다. 그는 다른 선수들을 충분히 도왔다”고 헨더슨을 응원해줄 것을 부탁했다.
반 시즌을 사우디에서 보낸 헨더슨. 예상과 다르게 타지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동의 더운 기후와 환경에 그와 가족들은 적응하지 못했다. 리그의 수준, 저조한 관중 열기 등 여러 방면에서 잉글랜드 무대와 다른 축구 환경 역시 헨더슨이 낯설어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알 에티파크의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최근 8경기 동안 리그에서 5무 3패로 부진에 빠졌다. 헨더슨을 포함해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무사 뎀벨레를 품고도 순위는 8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에 헨더슨의 잉글랜드 복귀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잉글랜드는 유로 2024에 출전한다. 사우디로 떠났어도 헨더슨은 꾸준히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소집되고 있다. 이 대회를 준비하고자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의지도 강하다. PL 복귀를 알아보고 있는 헨더슨을 원하는 팀으로 첼시, 토트넘 홋스퍼가 연결되기 시작했다.
친정팀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헨더슨이 리버풀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헨더슨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우디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나?”라고 전혀 들은 게 없다는 듯한 태도로 되물었다.
이어 복귀설 이야기를 듣고는 “헨더슨은 나에게 전화한 적이 없다.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지만, 그런 것에 관한 대화는 아니었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없다”고 대답했다.
헨더슨이 떠난 리버풀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3승 6무 1패로 1위에 올라 있다. 리버풀은 중원에 도미니크 소보슬라이와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 엔도 와타루가 활약하면서 헨더슨의 빈자리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축구 전문가로 활동 중인 서튼은 헨더슨이 리버풀을 부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V 팟캐스트 'It's All Kicking Off'에 출연해 “헨더슨은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리버풀을 바라보며 자신이 여전히 안필드에 있기를 바랄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가 왜 사우디로 갔는지 알고 있다. 그는 돈을 위해 갔지만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켜볼 것이고, 거기에 있는 꿈을 꾸고 있을 거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 에티파크는 헨더슨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남은 계약기간을 채워 주기를 바라는 입장이었지만, 헨더슨은 사우디를 떠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결국 협상 끝에 알 에티파크와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기로 협의했다.
헨더슨의 유럽 복귀가 임박하면서 여러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그는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했다. 주장직, 안필드에서 보장받았을 입지, 그리고 부활한 리버풀에서 더 많은 우승을 차지할 기회. 그가 없는 동안 클롭의 팀은 모든 기대를 뛰어넘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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