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맞물린 연금개혁 공론화…정치에 묻혀도, 휘둘려도 문제[정쟁 말고 정책]
경향신문·경실련 10대 총선 의제
국민연금, 2055년 기금 소진 전망
정부, 작년 개혁 본격화 기회 놓쳐
논의 과정 관건은 ‘소득대체율’
이달 공론화위·지원단 꾸리지만
사회적 합의까지 ‘시간 촉박’ 우려
연금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정부는 지난해 연금개혁 추진을 본격화할 계기가 있었음에도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이달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오는 4월 중 공론화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했다. 공론화 기간이 4·10 총선 국면과 겹치는데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금개혁은 시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직역연금, 퇴직연금 등 공적연금 체계를 손보는 일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인구구조의 변화·경제전망 등에 따라 재정이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9%)·소득대체율(받는 급여·올해 42%, 2028년 40%) 등을 조정하지 않으면 2055년 기금이 소진된다. 이때 기금 없이 한 해 보험료를 걷어 당해연도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보험료율은 2060년 29.8%로 올라간다. 연금개혁은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지기 전에 현세대의 책임을 강화하는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고 평가받는다. 한국의 노인빈곤율(2020년·40.4%)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023년 9월 기준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61만9715원에 그친다. 또 노동시장 구조 변화로 사각지대도 늘고 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역대 딱 2번 개혁이 이뤄졌다. 1998년 김대중 정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면서 “어느 정부도 방치만 해온 연금개혁을 위해 지난해 말 국민연금과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정리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했다.
정부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민연금법상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하고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해가 해당됐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11월 전문가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3월 재정계산 결과를 산출했다. 이어 10월엔 24가지 개혁 시나리오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만들었다.복지부는 지난해 10월 말 국회에 최종 제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등의 ‘모수개혁’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복지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구조개혁과 함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공을 국회로 넘겼다.
국회 연금특위는 2022년 8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1·2기 민간자문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개혁 방안을 논의했지만 역시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민간자문위는 지난해 11월 2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두 가지 모수개혁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을 제시했다.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을 두고 전문가들부터 가입자단체,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입장이 갈렸다. 재정안정을 위해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쪽과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인상하자는 쪽의 의견이 맞섰다. 정부나 국회나 이를 조율·결정하진 못했다. 국회 공론화 과정에서도 격론이 예상된다.
연금특위는 이달 공론화위원회 및 전문가·실무 지원단을 꾸린 후 2단계를 거쳐 공론화를 진행한다. 이해관계자 대표 50명 내외로 ‘의제 숙의단’을 구성해 의제를 구체화하면,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의제 학습·토의를 통해 공론을 형성한다. 모수개혁·구조개혁 모두 공론화 대상이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작업, 또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직역연금의 조정, 준공적연금인 퇴직연금의 연금화 등이 과제로 제시된 상태다.
공론화 기간이 충분한 숙의를 거친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우려가 있다. 한편 총선과 공론화는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총선 이슈에 연금개혁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묻힐 수 있다. 연금개혁 논의에 정치적 입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공론화 결과가 기한 내 도출되고, 21대 국회 임기(5월29일) 내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하면 연금개혁은 성사된다. 연금개혁은 뒤로 미룰수록 보험료율 인상 속도 등에서 부담이 커진다. 전문가들의 개혁 시나리오는 대부분 ‘2025년부터 보험료율 인상’을 전제로 한다. 22대 국회 출범 후 다시 연금개혁 논의를 진행하기에는 기금 고갈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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